(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고은지 김연정 기자 = 정부가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를 잠정 중단키로 하면서 시공업체들에 대한 보상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진행한 지난 1년간, 부지 매입부터 기자재 마련까지 상당한 절차가 진행돼 이미 조 단위 공사비가 투입된 데다, 보상 범위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금액에 차이가 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0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신고리 5·6호기 공사의 종합 공정률은 5월말 기준 28.8%이며 공사비용에는 총 1조6천억원이 투입됐다.
토목공사 등이 중심인 주설비공사는 삼성물산·두산중공업·한화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하고 있다. 컨소시엄 지분율은 삼성물산 51%(약 6천억원), 두산중공업 39%(약 4천600억원), 한화건설 10%(약 1천200억원)이다.
원전 건설 등 실제 시공은 약 10% 정도 진행됐다. 5호기는 터빈 건물의 구조물 설치 공사가 진행 중이고, 6호기는 땅 파기를 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두산중공업은 2014년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로, 증기발생기, 터빈 등 신고리 5·6호기 주기기에 대한 공급 계약을 체결, 이미 원자로 용기 등 주요 기자재를 만드는 작업을 상당부분 진행했다.
두산중공업의 주기기에 대한 공급 계약 규모는 2조3천억원으로, 현재 공정률은 50%를 넘었으며 두산중공업은 1조1천700억원을 받았다.
해당 업체들은 공사 중단으로 인한 매출 감소는 물론이고 이미 투입된 비용이 있기 때문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업체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입장이다.
일단 결과와 상관없이 신고리 5·6호기 건설 잠정 중단에 따른 유지비용도 보상할 방침이다.
나아가 만약 영구 중단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한국수력원자력과 시공업체 간 맺은 계약에 공사 중단에 따른 비용 처리 및 보상 문제가 이미 명문화돼 있어 논란의 여지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업체 측 과실에 인한 공사 중단이 아닌 만큼 피해가 없도록 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방침이 정해지면 한수원과 업체 간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보상범위를 두고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수원이 업계와 계약한 금액은 총4조9천억원이며, 이중 지난 5월 말까지 집행된 공사비는 1조6천억원이다.
정부는 이미 쓴 1조6천억원에 보상비 1조원을 합해 총 손실(매몰비용)이 2조6천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계약금과 이자비용, 추후 가능한 소송비용까지 모두 고려하면 매몰 비용은 정부 예상치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 원전 공사가 중단된 예가 없었기 때문에 기준으로 삼을 과거 사례도 없는 상황이다.
또 주기기 공급을 맡은 두산중공업의 경우는 투입을 염두에 두고 가공을 진행해온 기기들에 대한 보상 범위나 기기 개발에 투입한 연구개발(R&D) 비용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에 대한 보상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컨소시엄 업체 관계자는 "공사 중단이 확정되면 정산 과정을 거칠 텐데 공사에 투입한 비용만큼 발주처가 지급해줄 지에 따라 다툼이 생길 소지가 있다"며 "발주처와 시공업체 간에 생각하는 금액의 차이가 크면 '줄 소송'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업체들은 공식 반응은 삼가는 분위기다.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 한화건설은 "아직 공론화 과정이 남은 데다 공사 중단이 결정된 것도 아니므로 피해 상황 집계나 소송 등을 거론한 단계는 아니다"라며 "정부의 최종 결정이 이뤄지면 법무팀 등의 자문을 구해 입장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원전 건설 중단이 확정될 경우 협력업체들이 1차 계약을 맺은 컨소시엄 회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컨소시엄 회사들은 결국 협력업체들이 요구한 피해액을 포함해 정부나 한수원을 상대로 보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편 신고리원전 5·6호기 공사의 잠정 중단 등으로 인해 건설 및 하청업체 인력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문제도 또다른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현재 이 공사에는 기자재 업체까지 약 760여곳이 참여하고 있고 5만명 인력이 투입됐으나 공사 중단으로 이들은 일손을 놓게 됐다.
게다가 최종 백지화 결정이 난 것도 아니어서 인력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도급 협력사나 근로자들이 회사에 문제제기를 하면 결국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 제기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yjkim8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