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와는 접근법부터 다르다. 이전 정부에서 제재와 압박에 방점을 찍었다면 새 정부에서는 대화와 포용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보수정권 9년에 종지부를 찍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제재 과정에서 끊어진 남북대화 채널을 복구하려고 무던히 애쓰고 있다. 통일부는 최근 1년간 단 1건도 허가하지 않았던 민간단체의 대북접촉 신청을 새 정부 출범 이후 줄줄이 승인하고 있다. 북한 측이 받아들이지 않아 아직 성과가 없을 뿐 대화와 포용을 통해 대북관계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새 정부의 의지는 강하다.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 하물며 북한을 설득해 핵과 미사일 위협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화가 그 출발점이 되는 건 당연하다.
연합뉴스가 29일 통일부와 함께 개최한 '2017 한반도통일 심포지엄'은 새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정책을 확인하고, 한반도 평화통일의 비전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정부와 민간부문 참석자들은 다양한 정책 제언과 함께 북한과의 대화와 포용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기조연설을 통해 "제재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에서 한반도안보신성장추진단장으로 활동한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지난 9년간의 대북제재ㆍ압박 메뉴에 더해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는 관여와 포용의 메뉴판도 만들어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이 커지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이 강화되는 상황이어서 현실은 녹록지 않은 것 같다.
방미 중인 문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우리가 미국과의 공조 속에 추진해 나갈 수 있는 대북정책의 윤곽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최대의 압박과 관여'로 집약된다. 미국은 아직 대화보다 제재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데 치중하고 있는 듯하다. 문 대통령은 미국행 비행기 안에서 북한의 도발 중단과 핵 동결 약속을 '대화의 입구'로,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대화의 출구'로 삼는 2단계 해법을 더 구체화해 제시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 동결 조처를 하면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한국과 미국이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측 입장은 공개된 셈인데 두 정상의 첫 만남에서 어떤 조율이 이뤄질지 결과가 주목된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도 5차례에 걸친 핵실험과 숱한 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했다.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것이 곧 현실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미국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계속해서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임을 주장하며 핵 폐기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한반도 전문가들도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이 대세다. 누군가 나서지 않는 한 남북은 언제든 긴장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전병헌 정무수석이 대독한 연합뉴스 심포지엄 축사에서 "평화통일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과 미래세대의 안녕을 위해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군사도발을 용납하지 않는, 강한 안보와 철저한 위기관리, 굳건한 한미동맹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해 풀어내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평화통일의 원칙 아래 우리가 주도해 풀어내겠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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