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 맹활약에 엉뚱한 허경민이 비난받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거슬러 올라가면 논란의 시작점은 지난 2월 6일이었다.
김인식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할 최종 엔트리 명단을 KBO에 넘긴 날이다.
3루수로는 허경민(27·두산), 박석민(32·NC)이 이름을 올렸다. 예비 엔트리 명단에 들어있던 최정(30·SK), 황재균(30·당시 롯데)은 빠졌다.
WBC가 폐막하고도 한참이 지나고 KBO리그가 어느덧 시즌을 절반이나 치른 요즘, 일부 호사가들은 여전히 이 명단을 놓고 설왕설래한다.
내용은 간단하다. 왜 최정이 빠지고 허경민이 들어갔느냐는 것이다.
허경민과 관련한 기사나 각종 인터넷 게시물에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는 댓글이다. 일부는 악의적이다.
허경민은 29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민감한 내용"이라면서도 "내 마음이 많이 힘들고, 가족도 괴로워하신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나도 (최)정이 형이 정말 대단한 선수고 나보다 뛰어난 선수라는 점을 인정한다"며 "하지만 한 선수가 국가를 대표해서 나갔고, 열심히 했는데 비난이 돌아오니 마음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이 형보다 내가 대단하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느냐. 그렇게 생각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최정은 지난 시즌 40개의 대포를 터뜨려 공동 홈런왕에 등극했다.
그럼에도 김인식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최정 대신 허경민을 뽑았다.
최정의 올해 페이스가 더 좋다.
올 시즌 70경기에서 타율 0.304(237타수 72안타), 27홈런, 62타점, 50득점, OPS(출루율+장타율) 1.100의 가공할 만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리그에서 홈런 1위, 타점 2위, OPS 2위다.
반면, 허경민은 올 시즌 부상, 부진에 시달렸다. 60경기에 나와 타율 0.262(172타수 45안타), 2홈런, 18타점, 23득점, OPS 0.721의 성적을 거뒀다.
타격 수치는 다소 떨어지지만 수비 실력까지 고려하면 리그 정상급 내야수라는 데 큰 이견이 없다.
허경민은 휴식을 취하면서 몸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에 열리는 WBC가 시즌 준비에 결코 작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최선을 다했다.
그는 "나도 '뽑아주세요'라고 한 게 아니고 뽑혔기 때문에 영광이라는 마음으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고 열심히 WBC를 준비했다"며 "내가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문제 같지만, 그래도 (야구 팬들이) 그런 말씀은 안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KBO 관계자는 지난해 홈런왕 최정 대신 허경민이 대표팀에 승선했던 배경과 관련해 "당시 코치진이 여러 측면을 고려해 내린 결정으로 알고 있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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