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베와 '19초'·마크롱과 '기싸움'…메르켈 악수는 '거부'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악수'를 계기로 그간 화제를 모은 트럼프 대통령의 '악수 외교'도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 악수를 하는 방식에서 그의 외교 정책을 읽을 수 있다는 분석에 나오면서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두 정상의 악수에도 관심이 쏠렸다.
한미정상회담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백악관 현관 앞에서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기다리던 트럼프 대통령과 곧장 악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악수와 동시에 먼저 왼손을 문 대통령 오른쪽 어깨에 1초 정도 가볍게 올렸다 내렸다. 이에 문 대통령도 왼손으로 트럼프 대통령 오른팔을 가볍게 쥐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오른손 악수는 4초가량 이어졌다.
악수하는 동안 양 정상의 표정은 매우 밝았으며, 악수는 상견례가 이뤄진 외교 리셉션 룸에서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전날 워싱턴행 전용기 기내 기자간담회에서 악수할 준비를 많이 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도 어떻게 악수하느냐는 것을 세계와 한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라는 점을 의식하지 않겠나"라며 "정상 간 우정과 신뢰를 보여주는 악수 장면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악수 외교는 취임 후 만난 첫 외국 정상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부터 화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미일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의 손을 끌어당겨 세차게 흔들며 19초 동안 놓지 않았다. 당시 놀라면서도 씁쓸한 듯한 아베 총리의 묘한 표정은 계속 회자되고 있다.
세계관과 스타일이 극명하게 다른 트럼프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달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강렬한 악수로 이목을 끌었다.
이들은 맞잡은 손을 여러 차례 강하게 위아래로 흔들었는데, 막판에 트럼프 대통령이 손을 놓으려 하자 마크롱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움켜쥐는 모습이 포착됐다.
두 정상은 지지 않겠다는 듯 이를 악물고 서로 눈을 응시하며 6초가량 악수를 이어갔다.
한 외신 기자는 "두 정상이 (여느 때 보다) 긴 시간 동안 악수를 했다"면서 "두 정상은 서로의 손을 상당히 강하게 잡았다. 악수할 때 손가락의 관절 마디가 하얗게 변했고 이는 악물었으며 얼굴은 굳어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이 악수가 세계의 주목을 받은 것과 관련해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설명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의 악수 외교에 단단히 대비한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트뤼도 총리는 마중 나온 트럼프 대통령이 손을 내밀자 그에게 끌려가지 않으려는 듯한 손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어깨를 붙잡은 채 악수했다. 두 정상은 기자회견장에서도 '평등하게' 악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메이 총리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 그의 손등을 토닥였다.
이 순간을 포착한 언론은 두 정상이 어색하게 손을 잡았다고 전했다. 일부 언론은 과거 '미국의 푸들'이라는 비판까지 나오던 시절 영국 이미지를 떠올리는 모습이라는 해석까지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는 악수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그는 지난 3월 방미한 메르켈 총리와 백악관 집무실에서 나란히 앉아 사진을 촬영하면서 악수하지 않아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진 기자들이 악수하는 장면을 요청하자 메르켈 총리가 "악수하실래요"라고 물었지만,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 말 없이 얼굴을 찌푸리고 손끝을 모은 채 기자들만 바라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방면에서 자신과 대척점에 서 있는 메르켈 총리와 형식적인 악수조차 하지 않아 불편한 심기를 대놓고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만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는 여러 차례 악수와 포옹을 하면서 우애 과시해 양국 관계 밀월 시대를 예고했다.
유달리 훈훈했던 회담 배경에는 중국에 대한 견제 필요라는 양국 공통 이해가 자리 잡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지난 4월 미중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반갑게 악수하면서 시작했지만, 공동 기자회견이나 공동성명 없이 막을 내려 북핵 문제 논의 성과 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ric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