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러시아 간에 자존심 건 '항공모함 설전'

입력 2017-06-30 11:02  

영국-러시아 간에 자존심 건 '항공모함 설전'

"첨단 항모에 러시아 부러워할 것" 英 국방장관 발언이 발단

러' 국방부 "퀸 엘리자베스 함은 '손쉬운 대형 해상 표적일 뿐'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영국과 러시아 간에 때아닌 '항공모함 설전'이 치열하다.

AP 통신, 데일리 미러 등 외신에 따르면 양국 간의 이번 말싸움은 최근 시험항해에 들어간 첨단 대형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와 관련한 마이클 팰런 영국 국방장관의 발언에서 촉발됐다.

팰런 장관은 건조비 5조 원가량 투입된 이 항모가 러시아가 보유한 유일한 항모로 노후화된 '아드미랄 쿠즈네초프'보다 성능이 뛰어나 "러시아가 부러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조롱이나 마찬가지인 팰런 장관의 이 발언에 러시아가 발끈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고르 코나쉔코 대변인(소장) 명의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얼이 빠진 팰런 장관의 발언은 해군에 대한 무지를 그대로 드러낸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코나쉔코 대변인은 이어 "다양한 무기 체계로 독자 작전이 가능한 쿠르네초프 함과 달리 퀸 엘리자베스 함은 호위함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며 "퀸 엘리자베스 함이 미 해군 호위함에 바짝 붙어야 작전이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우리에게는 그저 타격하기 좋은 대형 해상 표적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옛 소련 시절인 1990년부터 북해함대에 배치된 배수량 6만t급의 이 항모는 여러 기계적 결함으로 함재 전투기 MIG-2KR가 발진 과정에서 바다로 추락하는 등 잦은 사고로 출항하지 못한 채 발이 묶인 상태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정부는 북서부 아르한겔스크주(州)의 세베로드빈스크 조선소에서 3년 기한으로 쿠르네초프 함의 현대화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한편 해군 강국 영국의 부활을 상징하는 퀸 엘리자베스는 만재 배수량 7만2천t 규모로 수직 이착륙 기능을 갖춘 F-35B '라이트닝 2' 스텔스 전투기 36대를 비롯해 중형 대잠 헬기와 공격헬기, 수송용 헬기를 동시에 탑재할 수 있다.




402㎞ 반경에서 동시에 1천 대 규모의 선박과 항공기 움직임을 감시할 수 있는 첨단 장거리 레이더 기능도 장착했다.

전장 280m에 최대 1천600명의 병력이 탑승할 수 있는 퀸 엘리자베스 호는 앞으로 6주 동안 북해에서 시험항해를 한 뒤 올가을 영국 남부 포츠머스 해군 기지에 입항한다.

내년에는 헬기와 함재기 등이 퀸 엘리자베스 함에서 시험비행을 한 뒤 오는 2021년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 항모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구형 운영체계인 윈도 XP를 설치, 사이버 공격 등 시스템 보안성과 관련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영국은 퀸 엘리자베스에 이어 자매 항모인 프린스 오브 웨일스도 발주했다.

sh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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