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와 전쟁' 선포한 트럼프 대통령, 웃으며 화답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가짜뉴스'로 곤욕을 치른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열린 문 대통령 부부 공식 환영 만찬의 인사말에서 문 대통령의 5·9 대선 승리에 대해 "엄청난 승리였다. 당신은 환상적인 일을 해냈다"고 축하했다.
이어 "많은 이들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나는 (문 대통령의 승리를) 예상했다. 그럴 줄 알았다"면서 "그래서 아주 큰 축하를 드리고 싶다"고 거듭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에 문 대통령도 "나도 가짜뉴스 때문에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대선 후보 시절 불거진 아들 준용 씨의 채용 특혜 의혹이 최근 조작 논란으로까지 번진 상황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도 이 이야기를 들었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웃었다고 A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언론과의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미국 주류 언론을 모조리 '가짜뉴스'(fake news)라 칭하며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덕담 대화는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외국 정상과의 만남에서도 자주 목격돼 온 장면이다.
각국 정상들이 '예측 불가' 캐릭터인 트럼프와의 첫 대면을 부드럽게 이끌어 가기 위해 일부러 다양한 미사여구를 동원하는 경향이 눈에 띈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과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골프회동을 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수준급 골프 실력으로 유명하면서도 "내 골프 점수는 도널드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며 스스로를 낮췄다.
같은 달 미국을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저서 '거래의 기술'을 화제로 올리며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자에 비해 더 강력한 지도자라고 추켜세웠다.
이런 전략은 대체로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아베 총리 방문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 앞에서 아베 총리와 19초나 손을 맞잡은 채 "강력한 악수"라고 평했다.
그러나 모두가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메르켈 총리와의 정상회담서는 나란히 사진을 촬영하면서도 악수를 해달라는 언론의 요청에도 어색하게 앉아있기만 해 화제를 모았다.
이와 관련, CNN 방송은 외국 정상들의 이같은 대화법이 자존감이 매우 높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만족감을 선사하려는 전략적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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