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된 삶, 독거노인·1인 가구 증가로 고독사 빈번
국가 차원의 안전망 구축 시급
(전국종합=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아나운서가 다음 뉴스를 이어간다.
"혼자 생활하던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숨진 지 4개월 만에 발견됐습니다. 부산 연제경찰서에 따르면 연제구 조모(68)씨의 방안에서 조씨가 숨져있는 것을 사회복지사가 발견해 112에 신고했습니다. 조씨의 시신은 심하게 부패한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지난 2월 말경 조 씨를 마지막으로 봤다는 자원봉사자의 진술을 토대로 조씨가 숨진 지 4개월 정도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달 27일 모 방송 뉴스다.
부산에서 지난달에만 홀로 사는 주민 4명이 숨진 뒤 뒤늦게 발견됐다.
충북 청주에서도 지난달 16일 홀로 살던 노인 2명이 사망한 지 수일 만에 발견되기도 했다.
혼자 지내다 주위의 무관심 속에 쓸쓸하게 숨지는 고독사가 일상화하고 있다.
부산복지개발원이 지난해 말 노인 1천500명, 독거노인 362명을 대상으로 생활실태조사를 해 봤더니 독거노인의 61.3%는 지난 1년간 정기적인 모임이 단 한 차례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고독사의 징후가 포착된 셈이다.
1인 고령화 가구가 증가하면서 혼자 삶을 마감하는 무연고 사망자도 증가 추세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1년 693명이던 무연고 사망자는 2016년 1천32명으로 5년 동안 2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고독사는 더는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홀로 숨진 이들은 이혼이나 실직 등으로 가족·친구 등과 연결선이 끊어진 경우도 많았다.
서울시복지재단이 지난해 서울시에서 발생한 총 162건의 고독사를 분석한 결과 이 중 85%(137건)가 남성 사망자로 나타났으며 이 가운데 50대가 35.8%(58건)로 1위를 차지했다.
이혼이나 사별 등으로 혼자가 된 '은둔형' 중년 남성들이 여성보다 부족한 사교성 등으로 고독사에 이르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을 돌볼 복지담당 공무원은 관리 대상자가 많아 일일이 찾아갈 수 없는 데다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한 통합관리대상자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사회복지사 1명이 담당하는 복지대상자는 2014년 385명에서 지난해 317명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300명을 웃돌아 비현실적이다.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구조적·필연적 이유다.
이처럼 1인 가구가 모든 연령대에 걸쳐 급속하게 증가하는 추세여서 공적체계만으로 고독사를 예방·관리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지역 주민과 공동체가 참여하는 사회안전보장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적시스템을 보완한 전북 전주시와 완주군의 '좋은 이웃들' 활용 사례는 눈여겨볼 만하다.
'송파 세 모녀 사건'과 같은 안타까운 사례가 없도록 매일 동네를 드나드는 요구르트 배달원, 우체국 집배원, 미용사, 통장 등 이른바 '마당발'들이 복지 소외계층을 발굴하면, 지자체가 이들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마당발들은 씨줄 날줄로 엮여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가정까지 찾아내기도 한다.
동네 구석구석까지 상황을 잘 아는 이들은 공과금 체납자, 중증질환자, 생활곤란자, 실직자, 사업 부도자, 폐지 수거 노인, 노숙자, 독거노인 등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어려운 이웃을 찾는데 공적시스템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시도 KT의 후원으로 쪽방촌 80가구에 고주파로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스마트센서를 설치했다.
고독사를 예방하고 위급한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다.
경기 남양주시도 노인 가정에 '활동 감지 센서'를 설치해 일정 시간 움직임이 없으면 자녀의 휴대전화로 연락이 가게 했다.
또 부산시의회가 독거노인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독거노인 지원 조례'를, 충북 보은군의회가 홀몸 노인 고독사 예방 조례안을 마련하는 등 경제·문화·사회적 지원을 통해 고독사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지자체들의 제도적 장치 마련도 활발하다.
무연고·기초생활수급자·독거노인 사망자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설 장례식장을 우선 이용할 수 있는 지원 등이 조례에 포함됐다.
하지만 전국 1천89개 장례식장 가운데 공설은 63개에 불과하다.
서울은 72개 장례식장 중 공설이 5곳이다.
수급자에게 지원되는 장제급여도 75만원으로 장례비용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조사에 따르면 매장과 화장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가구당 평균 장례비용은 1천380만원(2015년 기준)에 달한다.
무연고 사망자 등은 급증하고 있지만, 장례대책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장례식장에 의무적으로 작은 빈소 설치 등으로 비용을 줄이는 등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장제급여만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공영 장례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모의 고독사를 우려하는 자녀들도 좌불안석이다.
양모(47·서울 목동)씨는 "시골에 혼자 사시는 팔순의 아버지가 전화를 받지 않으시면 순간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면서 "자식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안부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노인들이 고독사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으면서 혼자 사는 부모가 갑작스럽게 화를 당할 것을 우려한 자녀들이 가정용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관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가정용 CCTV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이동통신사의 가입자는 지난해 3월 기준 11만 명을 넘어선 뒤 불과 10개월이 지난 올해 2월에는 무려 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서비스 업체의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누적 가입자 수가 4배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홀로 외롭게 생을 마감하는 노인들 사례가 잇따르고,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가정용 CCTV를 찾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CCTV를 비롯한 이동통신사의 가정용 사물인터넷(IoT) 시장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인기 전주시 생활복지과장은 "'좋은 이웃들'이 좀 더 촘촘하게 마을을 파고들면 이웃이 이웃을 돕는 자발적인 나눔문화가 확산할 것"이라며 "고독사 등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공공과 민간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민·관 협력모델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성일 전북도의회 환경복지위원은 "최근의 고독사는 특정 연령이나 계층이 아닌 모든 연령에서, 도 다양한 계층에서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고독사를 줄이려면 단순하게 소득을 기준으로 관리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질적인 방법으로 고독사 위험군을 전수조사한 후 지속해서 관리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롭지 않고 품위있는 죽음을 위해, 또 죽고 나서 험한 꼴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과 걱정이 없도록 정부가 복지예산을 대폭 늘려 사회안전망을 튼튼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ic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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