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홍콩방문, 장쩌민·후진타오와 달라진 점

입력 2017-06-30 11:59  

시진핑의 홍콩방문, 장쩌민·후진타오와 달라진 점

경색 분위기속 경비 강화…의전위상도 격상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주권반환 20주년을 맞는 홍콩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의전과 위상이 이전 전임자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시 주석이 29일 홍콩 국제공항에 내리자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이 홍콩국제공항에서 시 주석 전용기에 올라 영접했고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 당선인과 퉁치화(董建華) 초대 행정장관 등도 공항에 모습을 보였다.

국가부주석 시절인 2008년 7월 올림픽 승마경기장 시찰을 위해 홍콩을 방문했을 때와는 그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전례없이 강화된 경비와 홍콩사회의 경직된 분위기도 이를 반영한다.

홍콩 정부는 전체 경찰관 2만9천 명 중 3분의 1을 넘는 1만1천 명을 동원해 24시간 경비 태세에 들어갔다. 시 주석 내외와 수행단의 숙소인 완차이 르네상스 호텔과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는 철통 같은 보안이 이뤄졌다.

심지어 공항에서 시 주석을 취재하려는 기자 100여 명에 대해 우산 수십개를 압수하기도 했다. 우산은 2014년 홍콩에서 벌어진 역대 최대 규모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의 상징물이다.

이런 모습은 지난 20년 사이 전임 후진타오(胡錦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이 홍콩을 방문했을 당시 표면적으로 홍콩의 자치권 존중을 내세우며 다소 느슨했던 모습과 대비된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홍콩에 발을 디딘 것은 1997년 6월30일 장쩌민 전 주석이 영국과의 홍콩주권 이양식과 홍콩 특별행정구 설립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온 것이 처음이었다.

당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장쩌민의 홍콩 방문은 당 중앙이 홍콩주권 반환을 고도로 중시하고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항인치항(港人治港·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린다), 고도자치 3개 기본 방침을 굳건히 이행하겠다는 결심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했다. 장쩌민이 쓴 '홍콩의 미래는 더욱 좋아질 것'(香港明天更好)이라는 휘호 사진이 함께 실렸다.

장쩌민은 이후 1998년 7월 홍콩 반환 1주년에 재차 홍콩을 방문하고 홍콩 첵랍콕공항 개항 기념식에 참석했다.

장쩌민은 2001년 5월 홍콩 국제전람센터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 등과 함께 글로벌 포럼에 참석한데 이어 2002년 7월 홍콩반환 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동향 출신인 퉁치화 행정장관의 연임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장 전 주석은 홍콩에 들를 때마다 아시아 최고 부호 리카싱(李嘉誠)이 운영하던 훙험의 하버플라자(海逸) 호텔에 머물며 리카싱 부자와 조찬을 같이 했다.

마카오 주권반환 1주년 행사에 참석, 함께 소리높여 노래를 부르던 모습과 마음에 안드는 질문을 한 기자에게 격분했던 모습으로 홍콩인들에게 장 전 주석은 비교적 소탈한 심성의 지도자 이미지로 남아있다.

대체적으로 장 전 주석은 홍콩 반환을 끌어내며 홍콩의 기본 체제를 설계한 덩샤오핑(鄧小平) 방침을 그대로 따르는 편이었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홍콩 주권이 반환된지 10년째가 되면서 민주화보다는 중국화가 급속도로 진척되는데 대한 홍콩인들의 의구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중국 최고 지도자의 홍콩 방문은 살얼음을 걷기 시작했다.

후진타오 전 주석은 2007년 7월 홍콩 주권반환 10주년 기념식과 도널드 창(曾蔭權) 행정장관 체제 출범식 참석차 홍콩을 방문했다. 1일 홍콩에서 톈안먼(天安門) 사태 재평가, 직선제 쟁취 등 구호를 내걸고 5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후 전 주석은 예정된 시위를 피해 오전에 기념식만을 치르고 낮 12시께 선전(深천<土+川>)을 통해 중국으로 넘어갔다.

후 주석이 1999년 부주석 시절에 홍콩을 방문해 홍콩 회귀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천양지차였다.

이후 후 전 주석이 반환 15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홍콩을 찾았을 때에는 창 행정장관과 후임 렁춘잉(梁振英) 장관이 공항에서 그를 영접했다.

후 전 주석의 숙소도 장 전 주석과 달리 이번 시 주석이 선택한 완차이 르네상스호텔에 마련됐다. 상대적으로 등급이 낮은 르네상스 호텔을 선택한 것은 지붕에 가려진 채 방탄 리무진에 탑승할 수 있어 보안경비가 더 용이하다는 이점이 있었다.

이후 2011년 당시 부총리였던 리커창(李克强) 총리나 지난해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위원장이 홍콩을 방문하면서 묵은 곳도 모두 르네상스 호텔이었다.

홍콩의 중국 전문가들은 시 주석은 전임자들과 일맥으로 계승돼 왔지만 권력장악이 강화되며 대(對) 홍콩 정책에 있어서도 통제관리와 국가안보를 강조하는 측면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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