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논문…악명높은 살충제 '네오니코티노이드' 퇴출될까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꿀벌을 죽인다는 논란 속에도 계속 사용된 니코틴 살충제의 폐해가 권위 있는 학술지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29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셔의 생태수문학센터 리처드 핀웰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에 노출된 꿀벌떼는 겨울을 나지 못하고 죽을 위험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이는 영국과 독일, 헝가리에서 2천 헥타르(약 20㎢)에 걸친 광범위한 현장 연구를 토대로 한 것이다. 영국에서는 꿀벌떼가 많이 죽어 나갔고, 헝가리에서는 겨울 동안에 벌떼가 24% 줄어들었다.
다만 독일에서는 악영향이 발견되지 않았는데, 이는 독일에서는 벌에 발생하는 질병이 다른 지역보다 덜 퍼져있고, 꿀벌이 옮겨다닐 꽃이 더 다양하기 때문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호박벌과 군집을 이루지 않는 단생벌의 경우 네오니코티노이드 농도가 높을 때 산란을 담당하는 여왕벌이 덜 태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핀웰 교수는 "우리는 종자에 네오니코티노이드를 치는 것이 꿀벌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처음으로 밝혀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농작물이 곤충에 의해 수분이 이뤄지고, 꽃가루를 옮기는 매개자가 없으면 식량을 생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인 만큼 이번 발견은 중요하다"고 자평했다.
꿀벌을 포함해 꽃가루를 매개하는 곤충들은 최근 수십 년 동안 개체 수가 급격하게 감소했다.
그 원인으로는 서식지 축소, 질병과 함께 살충제가 거론됐다.
이 가운데서도 네오니코티노이드는 지난 20년간 광범위하게 사용돼 꿀벌을 가장 심각하게 위협한 농약으로 지목됐다.
이에 환경론자들은 이 살충제의 금지를 촉구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네오니코티노이드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고의 이론 물리학자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기껏해야 4년 정도 더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유명한 예언을 남긴 바 있다.
꿀벌이 꽃과 꽃을 날아다니며 수분(受粉)을 돕지 못하면 식물이 혼란에 빠지고 식물을 먹이로 삼는 동물도 치명타를 맞을 것이라는 경고였다.
k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