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단가 하락으로 '성장 견인차' 수출 증가세 꺾일 우려
주요국 긴축→신흥국 금융시장 자본 이탈시 韓 경제 타격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한은팀 = 한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외변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우리 경제 양대축으로 상반기 경기 회복을 이끌어 온 수출은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세계적 긴축 기조가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금융연구원 박성욱 거시경제연구실장은 2일 "하반기에 대외적으로는 최근 불명확해진 유가 흐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금리인상 추이 등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미국과 유럽, 캐나다 등 주요국 통화당국은 통화완화 정도 조정 내지는 정상화, 즉 긴축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달 금리를 올리며 보유자산 축소 계획을 내놨고, 유럽중앙은행(ECB)에서도 긴축 방향을 확인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미리 방향을 제시하고 점진적인 긴축에 나서겠다고 여러 차례 신호를 보냈기 때문에 일단은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등 신흥시장에서는 주요국 긴축에 따른 외국 자본 이탈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만에 하나 금융시장에서 자본이탈이 실제 발생한다면 피해가 워낙 막대하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 인상의 경우 지난해 12월 이후 3차례에 걸쳐 단행돼 누적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긴축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빨라지거나 각국 중앙은행 간 커뮤니케이션 오류로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주 미국계 템플턴이 국내 채권시장에서 대규모 매도를 한 데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운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최근 국제유가의 하락세도 우리 경제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서부텍사스산(WTI) 원유는 올해 배럴당 50달러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됐으나 30일(현지시간) 기준 46달러대로 떨어졌다. WTI 가격은 작년 8월 이래 최저 수준으로 내년에는 30달러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유가가 내리는 것이 좋았지만 이제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하락은 물가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우리 경제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경기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한 수출 증가세가 제약될 수 있다. 최근 수출은 유가 상승에 따른 단가 회복으로 크게 증가했는데 거꾸로 유가가 내리면서 수출 단가가 떨어지고 있다.
유가 하락이 우리나라 주요 수출시장인 신흥국이나 중국 경제를 불안하게 할 수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최근 유가 하락세가 심화하면 석유 의존도가 높은 산유국 중심으로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수지 적자 확대, 외환보유액 감소 등이 재부각되면서 자본유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하반기 우리 경제 대외이슈는 미 금리 인상 속도와 유가 하락, 러시아 등 신흥국 경기가 될 것"이라며 "유가가 빠지고 신흥국 경기가 나빠지면 그나마 좋은 수출 증가세마저 꺾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우리 경제는 지금 경기 확장이냐 더블딥이냐의 갈림길에 있는데 수출이 고꾸라지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상반기 우리 경제의 불안요인이었던 미국과 중국, 이른바 주요 2개국(G2) 리스크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수출에서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양국 정책이 주요 변수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 한한령이 계속되면 국내 관광업계 등의 피해가 확대될 수 있다.
한미 정상회의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언급된 점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전망 보고서를 작성한 김창배 박사는 "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정책 위주로 가면 우리 경제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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