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희 "'개그콘서트', 이번이 마지막 기회…배수진 쳤습니다"

입력 2017-07-01 08:00  

김대희 "'개그콘서트', 이번이 마지막 기회…배수진 쳤습니다"

"'대화가 필요해' 프리퀄 버전 준비…'짝꿍' 김준호도 곧 복귀"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2년 5개월 만의 복귀인데, 프로그램이 침체한 상황에서 들어가는 거라 어깨가 무겁죠. 시청률이 바닥을 치는 건 다른 누구의 탓도 아니고 저희 잘못입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배수진을 쳤습니다."

오는 2일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에 복귀하는 '원년멤버' 김대희(43)는 여전히 유머가 넘쳤지만 동시에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아이디어를 하나라도 더 짜야 한다며 회의장으로 뛰어가는 모습에서는 절실함도 느껴졌다.

'개그콘서트'는 최근 900회 특집에서 '레전드 개그맨'과 '라이징 개그맨'의 조화를 새 코드로 내세웠다. 특집 후 김대희를 필두로 강유미, 안상태, 신봉선, 박휘순, 박성광 등 고참들이 컴백하고 김대희의 '영원한 짝꿍' 김준호도 이달 말 복귀해 후배들을 든든히 받칠 예정이다.

김대희는 "휘순이도 오랜만에 회의를 하는데 아이디어가 워낙 좋더라"며 "성광이도 그렇고, 녹화할 때 다들 빵빵 터졌다. 후배들도 욕심을 부리는 친구들이 보여 기분이 좋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김대희 역시 다양한 코너를 준비하고 있다. 6년 만에 컴백을 예고한 '봉숭아 학당'은 물론이고 그에게 2007년 KBS 연예대상에서 코미디 부문 최우수상을 안겨준 '대화가 필요해'의 새 버전도 구상 중이다.

"'봉숭아 학당'은 제가 부활시키자고 제안했어요. 다 함께 출연하는 '봉숭아 학당'이 마지막에 딱 나와줘야 일요일이 끝났다는 게 느껴지잖아요. 신인 개그맨을 발굴하는 장이기도 하고요. '대화가 필요해'는 900회에 선보였더니 여전히 호응이 좋아서 '프리퀄' 버전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대화가 필요해 1987'이라고, 제가 봉선이와 어떻게 만났고 결혼하게 됐는지를 보여주는 거죠. 제가 '스토리' 있는 개그를 좋아하다 보니 드라마 요소도 담길 것 같아요."






김대희는 최근 SBS TV '웃찾사-레전드매치'가 저조한 시청률에 종영하는 등 전반적으로 침체한 코미디계 상황에 대해서는 결국 '노력'만이 답이라고 밝혔다.

그는 "19년째 같은 포맷이다 보니 사람들이 질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일단은 현재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봐야 한다. 방송사별로 코미디 프로그램이 다 있어서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갈 곳 사라진 개그맨들이 예능으로 옮겨가는 것에 대해서도 어려운 현실 때문에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인정했다.

"예전에는 개그맨으로 시작해서 얼굴을 알리고 예능 MC로 빠지려는 후배들을 보면 혼냈었는데, 최근에는 개그 프로가 없어질 추세라 예능에서 활동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 같아요. 현실이죠."






1999년 KBS 14개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김대희는 같은 해 7월 '개콘' 파일럿 방송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온 '개콘'의 터줏대감이다. 그는 '개콘'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 딱 하나만 꼽아달라고 하니 역시 평생의 짝인 김준호와의 일화를 들었다.

"준호가 마카오에 유학(?)을 다녀와서 자숙하다 복귀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당시에 준호가 '씁쓸한 인생'이 자기 때문에 사라지면 후배들이 졸지에 실업자가 될 수 있으니 저한테 맡아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그렇게 제가 8개월을 한 다음에 준호가 다시 왔는데, 방청객 반응이 어떨지 모르니까 무대 뒤에서 바들바들 떨더라고요. 다행히 준호가 나오는데 관객들이 반갑다는 박수와 함성을 보내주셨어요. 그리고 저도 시청자의 마음과 제 마음을 담아서 진짜 세게 준호의 뒤통수를, 풀 스윙으로 때렸죠. 별이 보였다고 하더군요."

어딜 가나 김준호와 한 쌍이니 아내가 질투하지는 않느냐고 질문하자 김대희는 "오히려 준호가 제 아내를 질투한다"며 "준호와 싱글일 때는 잠만 같이 안 잤지 늘 붙어 지냈다. 그러다 제가 2006년 1월에 결혼했는데, 자기도 따라서 같은 해 3월에 같은 예식장에서 결혼하더라"고 웃으며 답했다.






그러나 19년 된 명콤비도 꼭 1년에 2번은 싸운다고 한다. 시비를 먼저 거는 쪽은 늘 김준호라고 김대희는 주장했다.

"전 문제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푸는 성격인데 준호는 가슴에 새겨뒀다가 꼭 6월과 12월에 '상·하반기 결산'을 해요. 술자리에서 갑자기 일시와 장소를 들며 섭섭했던 걸 얘기해요. 그러면 서로 소리 지르며 대판 싸운 뒤 다신 안 볼 것처럼 헤어지죠. 그런데 다음 날 보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반갑게 인사해요. 하하."

그는 그러면서도 '개콘'에서 김준호와 다시 만나면 같은 코너에는 절대 출연하지 않겠다며 역시 '센 농담'으로 마무리했다.

"준호랑 같은 코너는 죽어도 안 할 거예요. 같이 하면 만날 제가 받쳐주고 준호 혼자 웃기잖아요. 후배들이 다 짜놓으면 올라가서 웃기는, 전형적인 '숟가락 (얹는) 개그맨'이 준호죠. 대신 후배들한테 밥 사고 술 사고 용돈 주고. 하하. 특히 이번에 복귀하면 이 녀석 '봉숭아 학당' 근처에는 얼씬도 못 하게 하려고요."

li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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