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탄광 강제노역 조선인 희생자 가족 찾아온 일본인

입력 2017-07-01 08:00  

일제 탄광 강제노역 조선인 희생자 가족 찾아온 일본인

납골당 '무궁화당' 기류 준이치 이사장 인터뷰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아프다고, 부끄럽다고, 역사를 지우려 해서는 안 됩니다. 사과하고 바로잡으려고 해야 합니다."

일본 규슈 후쿠오카현 이즈카시에 위치한 조선인 강제노역 희생자의 납골당 '무궁화당'을 운영하는 기류 준이치(69) 이사장은 이렇게 힘줘 말했다.

무궁화당에 안치된 일부 유골의 가족을 찾기 위해 한국에 방문한 기류 이사장을 지난 30일 연합뉴스가 만났다.




무궁화당은 일제강점기 600여 개의 탄광이 몰려있는 규슈 지역에서 강제노역을 하다가 희생당한 조선인의 유골 121구가 안치된 곳이다.

2000년 초대 이사장이었던 재일교포 배래선 씨가 설립했다.

배 초대 이사장은 그 자신도 강제노역자로 고역을 치르다가 광복을 맞은 뒤 탄광에서 죽어간 동포를 생각하며 하나둘 유골을 모아 납골당을 만들었다.

안치된 유골 중 대부분은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가운데 20여 구는 유골 주인의 이름이나 옛 주소를 추측할 수 있어 이를 토대로 무궁화 당에서 가족을 찾고 있다.

배 초대 이사장이 2008년 별세한 뒤에는 일본인인 기류 이사장이 납골당을 운영하고 있다.

이즈카시의 공무원, 후쿠오카현의 현의원을 지내기도 했던 기류 이사장은 이웃 주민이던 배 초대 이사장에게 재일교포의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강제노역 문제에 눈을 떴다.




기류 이사장은 "어린 시절 탄광촌에서 커 조선인 근로자들의 희생을 생생하게 듣고 목격했다"면서 "역사를 바로잡고 재일 한국인의 인권에 목소리를 내는 것도 어릴 적 경험이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유골 2구의 먼 친척이 경남 거창에 거주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이들을 만나기 위해 지난 28일 입국했다.

기류 이사장은 "먼 친척임에도 유골을 뒤늦게라도 찾게 된 것을 매우 기뻐했습니다"라면서 "일본으로 돌아가 유골 반환 시기를 다시 조율할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침략의 역사를 숨기거나 지우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픈 역사의 산 증거인 강제노역자의 유골을 매일 보면서 아픈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면서 "일본은 사과하고,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 잡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궁화당은 지난해부터 일본 우익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고 기류 이사장은 전했다.

지난해에는 납골당 비석에 새긴 '강제연행된 조선인 유골이'라는 표현이 문제가 돼 후쿠오카 현의회 공청회에 불려 나가는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기류 이사장은 일본 정부의 역사 지우기 시도에도 불구하고 자신처럼 역사를 바로 세우려는 일본인도 많다고 전했다.

규슈에서 활동하는 단체만 17개에 회원이 100여 명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원 중 90여 명은 순수 일본인이고 나머지만 재일교포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유골의 가족을 찾는 일은 부산에 있는 한일문화연구소가 돕고 있다.

한일문화연구소 김문길 소장은 "아픈 역사를 매일 되새기면서 희생자의 가족을 찾아주려는 일본인도 있는데 정작 우리 머릿속에서 이들 희생자가 잊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ad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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