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표결로 입법절차 완료, 전세계 23번째
메르켈 "내게 결혼은 기본적으로 남녀결합"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독일이 동성애자 결혼을 이성애자 결혼과 법적으로 동등하게 인정한 23번째 국가가 됐다.
독일 연방하원(분데스탁)은 30일(현지시간) 합법화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393표, 반대 226표, 기권 4표로 통과시켰다.
독일 언론은 역사적인 날로 규정하며 이번 결정에 의미를 부여했다.
원내 좌파 계열 사회민주당, 좌파당, 녹색당 등 3당 소속 의원이 모두 합쳐봐야 320명인 만큼, 지금껏 당론으로 합법화를 반대한 집권다수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연합 의원 일부도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됐다.
사민, 좌파, 녹색당은 기민기사연합의 반대에도 이번 표결을 강행했다. 기민기사연합은 9월 총선 이후로 결정을 미루자는 태도를 보여왔지만, 이들 좌파정당의 공세와 찬성여론의 흐름에 떼밀렸다.
이번 합법화 법안은 연방상원(분데스라트)의 동의가 불필요하다. 미국식의 온전한 양원제가 아닌 독일에선 상원 동의가 요구되는 법안이 있고, 그렇지 않은 법안이 있는데 이번 것은 후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날 의결로 입법 절차가 완료됐다고 봐도 된다.
앞서 기민당 당수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동성혼 합법화 이슈를 "양심의 문제로 다루겠다"라고 말하며 법안 표결 시 자유투표를 시사했고, 이어진 의원총회에서도 같은 뜻을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목사 아버지(사망)를 둔 개신교 가정의 메르켈 총리는 "내게 결혼은 기본적으로는 남성과 여성이 하는 것"이라는 개인 견해를 밝혔다.
동성혼을 처음으로 온전히 합법화한 국가는 네덜란드다. 네덜란드 의회가 2001년 4월 그런 역사적 의결을 한 이래 전 세계적으로 22개 국가가 그와 같거나, 거의 유사한 결정을 했다.
독일에서 동성 커플은 이미 사회보장제도 적용 등에서 이성 부부와 같은 권리를 법으로 보호받고 있지만 입양 불가, 상속 세제 미적용 등 차별도 지속했다.
합법화는 따라서 그런 차별마저 없애는, 소수자 권리보호의 새 역사를 썼다는 의미가 있다. 나아가, 독일사회가 기독문화의 영향이 작지 않은 것을 고려할 때 상징적 의미 또한 상당하다.
앞서 사민-녹색당 연정이 가동되던 2001년 동성 커플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조처가 단행됐지만, 동성 커플 가정의 입양 등 일부 영역은 배제됐다.
가장 최근의 미세 인구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2010년 현재 독일 전역에서 한 가정을 이뤄 사는 동성애자 커플은 6만3천 쌍이었다. 또, 이듬해 5월 현재 '등록 인생반려자'(이른바 '시민결합')로 등재된 커플은 3만4천 쌍이었으며 그중 40%가 여성커플이었다고 독일 위키피디아는 소개하고 있다.
un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