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측 "조사 4∼5개월 만에 제출…나중에 쓴 것"…朴 "나를 지킬 최후수단"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변호인이 최씨의 비위 내용을 담은 K스포츠재단 전 과장 박헌영씨의 업무 수첩이 재판에서 등장하자 그 진위를 둘러싸고 설전을 벌였다.
최씨 측은 검찰 수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다음에야 박씨가 수첩을 제출한 점에 비춰 조작된 자료라고 주장했고, 박씨는 수첩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며 "나를 보호할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해서 보관해왔다"고 맞섰다.
검찰은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근혜(65)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박 전 과장을 신문하면서 수첩 2권 내용을 공개했다.
박씨 증언에 따르면 수첩들은 지난해 1∼10월 사이 박씨가 최씨로부터 지시받은 내용을 받아 적거나 K스포츠재단·더블루K 등 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정리하는 데 쓰였다.
수첩은 '연구용역-SK에서 진행', '가이드러너 학교설립 제안→포스코', '외국 전지훈련 인보이스를 해외법인 통해서 발행(WIDEC·비덱)', '선수컨트롤을 자체로 갖고 있고 SK에서 후원하는 방안', '아시안게임까지는 밀어주면 좋겠다' 등 내용을 담았다.
박씨는 이를 근거로 최씨가 각종 체육사업을 진행하면서 SK·포스코 등에서 지원을 받으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또 최씨가 'K스포츠재단이 운동선수를 독일에 보내면 훈련 비용을 비덱스포츠에 직접 보내라고 요구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비덱은 최씨의 독일 내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을 받는 회사다.
이에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증인은 지난해 11월부터 조사를 받았는데 4∼5개월 뒤인 올해 3월 28일에야 검찰에 수첩을 낸 이유가 있나"라고 지적했다. 또 "수첩 내용이 나중에 작성된 것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박씨는 "죽을까 봐 갖고 있었다"며 "나를 보호할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했다"고 맞받았다. 그는 수첩을 땅에 묻어서 보관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처음부터 수첩을 다 보이면 사건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거나 내가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어떤 힘을 가지고 어떤 돈을 가진 분들인지 잘 알기 때문에 공포감이 있어서 보관하고 있다가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이 변호사는 "수첩 어디에도 최씨 지시라고 적혀 있는 부분이 없다"고 지적했고, 박씨는 "지시하던 사람이 한 분이라서 굳이 누구라고 쓸 필요가 없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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