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새 등 상징물 지정 이유 모르고 활용도 안 해
(수원=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을 대표하는 것이라며 꽃과 나무, 새 등을 상징물로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지자체가 이같은 상징물들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왜 지역을 대표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1일 지자체들에 따르면 2005년 7월 제정된 '경기도 상징물 관리 조례'에는 휘장(도기)과 함께 은행나무를 도 상징 나무(道木)로, 비둘기를 도 상징 새(道鳥)로, 개나리를 도 상징 꽃(道花)으로 규정하고 있다.
조례 별표에는 개나리에 대해 '대량으로 도내에서 자생하며 번식이 용이하여 큰 번영을 뜻하고 친근, 명랑, 고귀한 빛을 나타낸다'고 소개하는 등 각 상징물의 의미를 나름대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상징물들이 왜 도를 상징하게 됐는지는 명확하게 소개돼 있지 않다.
더욱이 언제부터 이 나무와 꽃, 새가 상징물이 된 것인지 도 담당 부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1977년 4월 제정됐다가 상징물 관리 조례 제정에 따라 폐지된 '경기도 도기(道旗) 등에 관한 조례'에는 휘장에 대한 규정만 있을 뿐 도 상징 나무·새·꽃 등에 대한 조항은 없다.
도 관계자는 "한동안 이 상징물들의 역사와 지정 의미 등을 파악해 보려 했으나 정확히 아는 공무원이 없었다"며 "다시 한 번 유래 등을 파악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는 '도 브랜드' 제정을 위해 오는 10월 초 마무리를 목표로 외부 기관에 의뢰해 진행 중인 컨설팅에서 이런 상징물들이 도 상징물로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검토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성남시도 인터넷 홈페이지에 철쭉과 은행나무, 까치를 시를 상징하는 꽃과 나무, 새라고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시 담당 부서는 "이 상징물들에 관해 규정한 조례는 없으며, 언제부터 어떤 의미로 시의 상징물이 되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성시 역시 은행나무와 까치, 개나리를 조례에 의해 시 상징물로 정하고 있으나 언제부터 어떤 의미로 정했는지는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과거 각 시군은 상급 기관인 경기도의 상징물을 그대로 가져와 지역 상징물로 사용한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에 상징물을 교체하지 않은 시군이라면 아마 유래에 대해 잘 알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오산시의 경우 1989년 당시 화성군에서 분리되면서 한동안 화성군과 같은 상징물을 사용해 오다가 시 정체성 찾기 차원에서 2015년 7월 조례를 개정, 까마귀와 매화, 은행나무를 시 상징 새, 꽃, 나무로 정했다.
까마귀는 시 이름에 '까마귀 오(烏)'가 들어가서, 매화는 오산의 옛 지명이 '오매리'여서, 은행나무는 관내 향교에 있는 수령 500년의 은행나무가 있어서 상징물로 정했다고 시는 밝혔다.
한편 각 지자체의 상징물에 대해 지역 주민들이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으며 활용도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지자체들이 나무, 꽃 등을 상징물을 정했다면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찾고, 홍보도 강화해 주민들의 지역 소속감 등을 높이는 데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k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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