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낭비하는 사대주의적 굴종 vs 시민과 미군 양측을 위한 것
(의정부=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평택 미군기지 건설로 전국 각 지역의 미군 주둔 지도가 대거 바뀐다.
미군을 떠나보내는 지자체에서는 송별 잔치를 열고, 인근에 미군이 주둔하게 된 지자체는 일종의 환영행사를 열며 미군을 맞이하려 한다. 하지만, 혈세 낭비라며 시민단체가 반발하는 일이 잇따라 논란이 되고 있다.
2일 천안시민사회단체협의회 등에 따르면 협의회는 천안시가 오는 10월 추진하는 '도깨비 축제'의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지난달 냈다.
도깨비 축제는 평택에 이주할 4만여명의 미군과 가족에게 인근 천안을 알린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미국의 핼러윈 축제를 벤치마킹해 3일간 열릴 계획이었다.
협의회는 이에 대해 "인근 지역에 미군이 주둔하게 되면 천안 주민도 각종 미군범죄, 소음, 환경파괴 등을 우려하며 살게 되는데,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고려 없이 장밋빛 환상만으로 미군을 위한 축제에 혈세를 낭비한다"며 비판했다.
반발 성명에 대해 천안시는 "시민단체의 반발을 고려해 심의위원회를 열어 개최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축제가 열리기도 전에 좌초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천안시가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앞서 발생한 의정부시의 사례 영향이 크다.
지난달 10일, 의정부시는 야심 차게 추진했던 '주한미군 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가 파행을 겪어 큰 망신을 당했다.
시는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인순이, EXID, 산이, 오마이걸, 크라잉넛, 스윗소로우 등 인기 가수들을 초대했다.
하지만 콘서트 당일, 대부분 가수는 불참했고, 인순이와 크라잉넛만 나와 노래는 하지 않고 "죄송하다"는 말만 남기고 돌아갔다.
효순이ㆍ미선이 사고 15주기를 앞두고 시민의 혈세를 들여 미군을 위한 잔치를 여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콘서트 철회를 촉구해온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전철 파산으로 시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미군을 위한 콘서트는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콘서트 파행 소식이 알려지자 보수단체에서 지난달 19일 미 2사단 정문 앞을 찾아 "미군 철수를 획책하는 종북좌파 세력을 규탄한다"며 집회를 여는 등 이념대결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시민단체에서는 공통으로 지자체에서 세금을 들여 미군을 위한 행사를 마련하는 것은 과도한 굴종이라고 지적한다.
의정부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한미 동맹은 중요하지만, 미군 주둔은 상호 이익을 위한 것 아닌가"라며 "국가 차원도 아니고, 가뜩이나 예산 부족에 시달리는 지자체에서 무리하게 대접 행사를 마련하는 것은 지나친 사대주의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자체에서는 시민의 이익을 위한 전략적 행사라며 반박한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각종 미군 보은행사의 이면에는 공여지 개발, 활용 등 미군과 협의할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시가 미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명분을 쌓아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자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미군이 일으킨 각종 문제점에 대한 반발심을 모르지 않지만, 주둔과 이전이 기정사실이라면 최대한 시와 미군 양측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러한 취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jhch79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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