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교채널로 美에 강력 항의…"미중 정상회담 정신에 위반"
"유엔제재 위반 中기업, 중국법 따라야…'하나의 중국 원칙' 준수하라"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김진방 특파원 = 미국이 중국을 최악인신매매국으로 지정한 데 이어 대만에의 무기판매를 결정하고 29일(현지시간) 북한과 불법 거래했다는 이유를 들어 단둥(丹東)은행을 제재한다고 발표하자 중국이 총공세에 나섰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정상회담에서 했던 합의를 미국이 깼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미국을 겨냥한 직접적인 비난을 자제해왔던 중국이 대미 공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단둥은행 제재가 북한의 돈세탁과 불법 금융활동의 통로 역할을 한 불법행위 때문이라고 밝히고, 북한과 '정상적 거래'를 하는 중국 기업과 금융기관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제삼자 제재)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미중 마라라고 정상회담 이후 조성됐던 대북 제재를 위한 '공조'가 사실상 깨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 재무부의 단둥은행 제재 발표 이후 중국의 반응이 본격화했다.
포문은 추이톈카이(崔天凱) 미국 주재 중국대사가 열었다.
추이 대사는 미 재무부의 단둥은행 제재 발표 이후 워싱턴에서 취재진에 "중국 기업들에 대한 제재 그리고 대만에의 무기 판매와 같은 행동은 미중 양국 간 상호 신뢰를 반드시 훼손할 것"이라며 "마라라고 미중 정상회담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를 완벽히 이행하고 있다면서 "어떤 중국 기업이나 개인이 유엔 제재를 어기고 있다면 우리가 조사해 중국법에 따라 법적으로 처리할 것이며 미국이 관여하는 행위를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의 단둥은행 제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중국 외교부도 30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미국을 작심 비난했다.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미중 양국 정상이 마라라고 회담에서 중요한 공동 인식을 달성했고 중국은 이런 발전 추세와 정신을 이어나가길 원한다"면서 "그러나 최근 미국의 잘못된 행위들은 공동 인식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은 잘못을 바로잡고 미중 관계를 다시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 궤도로 되돌려 놓길 바란다"는 직설적으로 미국을 겨냥했다.
그는 아울러 추이 대사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일련 조치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루캉 대변인은 "중국 측은 유엔 안보리 체계 밖의 독자 제재를 일관되게 반대한다. 어떤 다른 국가가 자기의 국내법에 따라 중국의 기업이나 개인에 대해 통제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승인에 대해 " 중국의 주권과 안보 이익을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은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는 국제법과 국제관계 기본 준칙을 엄중하게 위반한 것이자 중미 3대 공동성명 원칙에도 위반된다"고 강조했다.
중화망(中華網)과 봉황망(鳳凰網) 등 중국 언론 매체들도 북한과 중국을 겨냥한 단둥은행 제재안을 발표한 미국의 조치를 비판했다.
미국 국무부는 29일 13억 달러(약 1조4천865억 원) 규모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해당 무기는 조기경보레이더 관련 부품과 대(對) 레이더 미사일, 어뢰, SM-2 미사일 부품 등 7개 품목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 재무부도 이날 중국 단둥은행을 돈세탁 우려 기관으로 처음으로 지정해 미국과 이 은행 간의 거래를 전면적으로 중단시키는 조치를 발표함과 동시에 북한과 거래한 리홍리(53), 순웨이(35) 등 중국인 2명과 다롄국제해운 등 기관 1곳을 대북제재명단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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