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유골 열여섯 구…6·25 전사자 아니라면 어떻게 묻힌 걸까
공동묘지 설 유력…1953년부터 30여 년간 공동묘지 운영 기록 남아
1968년 속초 사상 최대 해일 피해 당시 사망·실종자 가능성도
(속초=연합뉴스) 이종건 박영서 기자 = 지난달 강원 속초에서 발견한 다수의 유골이 누구이며, 어떻게 묻힌 것인지 궁금증이 가시지 않고 있다.
발견 당시 6·25 전쟁 관련자 유골로 추정했으나 국방부 6·25 전사자 유해발굴감식단 감식 결과 관계없는 것으로 분석해 해프닝으로 끝났다.
감식단은 이장 흔적, 다양한 연령대, 유류품 미발견 등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전사자 유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지난달 29일 오전 10시 15분께 속초시 영랑동의 한 횟집 주차장 조성 공사장에서 굴착기로 땅을 파던 중 유골 다섯 구를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이틀간 주차장 터를 모두 파본 결과 발견한 유골은 총 열여섯 구다.
50년은 됐다는 은행나무 밑에서 발견해 당시 현장에서는 6·25전쟁 전사자 유해가 아니냐는 추측이 조심스레 나왔다.
결국, 6·25 전사자 유해발굴감식단이 나서 현장을 살폈다.
차디찬 땅속 6·25 전사자 유해가 67년 만에 드디어 빛을 보는가 싶었지만, 감식단은 전사자 유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대체 유골 열여섯 구는 어떻게 한 곳에 묻히게 된 걸까.
감식단이 6·25전쟁 전사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근거와 주민들 이야기, 지역 문화기관을 통한 역사를 종합해보면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공동묘지' 설이다.
유골이 발견된 일대가 해안가와 밀접한 구릉 지형으로 주민 다수는 예전에 공동묘지로 쓰였다고 이야기한다.
지역 토박이인 한 80대 노인은 "일제강점기에 인근에 초등학교가 있었는데 그곳도 원래는 묘지였다. 학교를 지으면서 묘를 어딘가 이장한 것으로 아는데 이번에 발견한 유골도 그와 비슷한 사례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 역시 공동묘지를 개발해 건물이 들어서면서 유골을 한곳에 모아둔 것으로 짐작한다.
군 감식단도 유골 발견 당시 뼈가 가지런히 모여서 나온 게 아니라 뒤섞여 나온 것으로 미루어 어딘가에 묻혀 있던 뼈를 한 곳에 옮겨다 묻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속초문화원 확인 결과 1953년 3월 31일 북한 공군의 속초항 기습으로 북쪽 단천이 고향인 5명이 부두하역 작업 중 사망했고, 이들을 영랑호변에 안장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재속초 단천 군민회'가 결성된 가운데 5인의 묘지가 공동묘지로 확대돼 정식 묘원으로 허가받았으며, 이후 30여 년간 68기가 안장됐다.
하지만 영랑호 개발에 밀려 묘원이 폐쇄되면서 1990년 고성군 토성면에 새롭게 묘원을 조성해 영랑호변의 묘 68기를 이전했다는 기록이다.
당시 미처 옮기지 못했거나 주변에 다른 묘지가 있었을 수 있다는 추측이다.
이곳이 공동묘지이었음을 뒷받침하는 시도 있다.
강원 고성에서 태어난 김춘만 시인의 '첫 배, 카타마란호'란 시에 공동묘지가 나온다.
'영금정 돌아 장사동 앞바다 지날 때 / 함경도, 평안도, 황해도민 공동묘지 / 보이는가, 카타마란호.'
기록 등을 토대로 보면 공동묘지 설은 현재까지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두 번째로 1960년대 해일이 일어나 숨진 주민일 것이라는 추측이다.
실제 1968년 10월 24일 속초에 사상 최대 해일 피해가 났다는 기록이 있다.
기록을 보면 당시 엄청난 폭풍과 해일이 동해안을 강타해 속초에서만 150여 채의 가옥 침수, 이재민 5천900여명 발생, 어민 33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다.
이 때문에 장사동에 이재민 등 500여 가구가 집단이주하면서 '속초 새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는 역시 '6·25전쟁'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설이다.
6·25전쟁 전사자 유골만 모아 이장해 총탄에 뚫린 철모, 수통 등 유해발굴지역에서 나오는 전투 장비와 유품이 나오지 않았거나 사망자가 일반 주민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발견 당시 현장에서는 인근 '모래기'라는 지역에서 예전에 주택을 짓던 중 엄청난 양의 유해를 발견한 적이 있으며 이를 모아 어딘가에 이장했는데 그곳이 바로 이번 발견 장소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영랑동 일대에 전투가 있었다는 기록이 없어 설득력이 부족하다.
속초문화원 관계자는 2일 "이전 자료와 대조해보고 있으나 자료만으로는 이번에 발견한 유골이 정확히 어떻게 묻혔는지 설명하긴 힘들다"며 "과학적 감식과 함께 결정적인 증언이나 증거자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로써는 경찰이 유골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감식절차를 거친 뒤 행정기관에 보내면 행정기관은 무연고자로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conany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공동묘지 설 유력…1953년부터 30여 년간 공동묘지 운영 기록 남아
1968년 속초 사상 최대 해일 피해 당시 사망·실종자 가능성도
(속초=연합뉴스) 이종건 박영서 기자 = 지난달 강원 속초에서 발견한 다수의 유골이 누구이며, 어떻게 묻힌 것인지 궁금증이 가시지 않고 있다.
발견 당시 6·25 전쟁 관련자 유골로 추정했으나 국방부 6·25 전사자 유해발굴감식단 감식 결과 관계없는 것으로 분석해 해프닝으로 끝났다.
감식단은 이장 흔적, 다양한 연령대, 유류품 미발견 등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전사자 유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지난달 29일 오전 10시 15분께 속초시 영랑동의 한 횟집 주차장 조성 공사장에서 굴착기로 땅을 파던 중 유골 다섯 구를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이틀간 주차장 터를 모두 파본 결과 발견한 유골은 총 열여섯 구다.
50년은 됐다는 은행나무 밑에서 발견해 당시 현장에서는 6·25전쟁 전사자 유해가 아니냐는 추측이 조심스레 나왔다.
결국, 6·25 전사자 유해발굴감식단이 나서 현장을 살폈다.
차디찬 땅속 6·25 전사자 유해가 67년 만에 드디어 빛을 보는가 싶었지만, 감식단은 전사자 유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대체 유골 열여섯 구는 어떻게 한 곳에 묻히게 된 걸까.
감식단이 6·25전쟁 전사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근거와 주민들 이야기, 지역 문화기관을 통한 역사를 종합해보면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공동묘지' 설이다.
유골이 발견된 일대가 해안가와 밀접한 구릉 지형으로 주민 다수는 예전에 공동묘지로 쓰였다고 이야기한다.
지역 토박이인 한 80대 노인은 "일제강점기에 인근에 초등학교가 있었는데 그곳도 원래는 묘지였다. 학교를 지으면서 묘를 어딘가 이장한 것으로 아는데 이번에 발견한 유골도 그와 비슷한 사례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 역시 공동묘지를 개발해 건물이 들어서면서 유골을 한곳에 모아둔 것으로 짐작한다.
군 감식단도 유골 발견 당시 뼈가 가지런히 모여서 나온 게 아니라 뒤섞여 나온 것으로 미루어 어딘가에 묻혀 있던 뼈를 한 곳에 옮겨다 묻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속초문화원 확인 결과 1953년 3월 31일 북한 공군의 속초항 기습으로 북쪽 단천이 고향인 5명이 부두하역 작업 중 사망했고, 이들을 영랑호변에 안장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재속초 단천 군민회'가 결성된 가운데 5인의 묘지가 공동묘지로 확대돼 정식 묘원으로 허가받았으며, 이후 30여 년간 68기가 안장됐다.
하지만 영랑호 개발에 밀려 묘원이 폐쇄되면서 1990년 고성군 토성면에 새롭게 묘원을 조성해 영랑호변의 묘 68기를 이전했다는 기록이다.
당시 미처 옮기지 못했거나 주변에 다른 묘지가 있었을 수 있다는 추측이다.
이곳이 공동묘지이었음을 뒷받침하는 시도 있다.
강원 고성에서 태어난 김춘만 시인의 '첫 배, 카타마란호'란 시에 공동묘지가 나온다.
'영금정 돌아 장사동 앞바다 지날 때 / 함경도, 평안도, 황해도민 공동묘지 / 보이는가, 카타마란호.'
기록 등을 토대로 보면 공동묘지 설은 현재까지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두 번째로 1960년대 해일이 일어나 숨진 주민일 것이라는 추측이다.
실제 1968년 10월 24일 속초에 사상 최대 해일 피해가 났다는 기록이 있다.
기록을 보면 당시 엄청난 폭풍과 해일이 동해안을 강타해 속초에서만 150여 채의 가옥 침수, 이재민 5천900여명 발생, 어민 33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다.
이 때문에 장사동에 이재민 등 500여 가구가 집단이주하면서 '속초 새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는 역시 '6·25전쟁'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설이다.
6·25전쟁 전사자 유골만 모아 이장해 총탄에 뚫린 철모, 수통 등 유해발굴지역에서 나오는 전투 장비와 유품이 나오지 않았거나 사망자가 일반 주민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발견 당시 현장에서는 인근 '모래기'라는 지역에서 예전에 주택을 짓던 중 엄청난 양의 유해를 발견한 적이 있으며 이를 모아 어딘가에 이장했는데 그곳이 바로 이번 발견 장소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영랑동 일대에 전투가 있었다는 기록이 없어 설득력이 부족하다.
속초문화원 관계자는 2일 "이전 자료와 대조해보고 있으나 자료만으로는 이번에 발견한 유골이 정확히 어떻게 묻혔는지 설명하긴 힘들다"며 "과학적 감식과 함께 결정적인 증언이나 증거자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로써는 경찰이 유골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감식절차를 거친 뒤 행정기관에 보내면 행정기관은 무연고자로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conany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