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재판 길어져 피로도 때문인 듯"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최순실씨를 통해 대기업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컨디션 난조를 보여 재판이 예정된 절차를 마치지 못하고 끝났다.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은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 도중 이마에 손을 얹고 피곤한 기색을 보이더니 피고인석 책상 위로 쓰러지듯 엎드려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상태를 확인한 변호인이 곧장 재판부에 이를 알렸고, 재판부는 "잠시 피고인의 상태를 살피겠다"면서 진행 중이던 증인 신문을 멈추고 휴정을 선언했다.
휴정된 이후에도 자리에 엎드려 있던 박 전 대통령은 잠시 후 상태가 조금 나아진 듯 자리에서 일어나 스스로 걸어서 법정을 나가 구속 피고인 대기실로 향했다.
몇 분 뒤 소란이 진정되자 재판부는 "박근혜 피고인이 약간 몸이 좋지 않아 쉬고 있는 상황"이라며 "건강을 해칠 수도 있어서 남은 증인 신문을 계속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는 휴정 직후 진정돼 크게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 측 이상철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직후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이) 어지러워했다"며 "재판을 오래 해 피로도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은 오전 10시 시작해 점심시간을 포함 총 3차례 휴정하면서 오후에도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이 이상 징후를 보인 시각은 6시 30분께였다. 오전부터 내내 진행된 K스포츠재단 전 과장 박헌영씨의 증인 신문이 막바지에 접어든 무렵이었다.
최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검찰이 수사 단계에서 작성한 조서 내용을 반복해서 묻는 방식으로 증인들을 신문한다"며 "재판부가 불필요한 신문을 제한해 달라"고 했다. 이어 "재판보다도 참여하는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박헌영씨에게 양해를 구하고 퇴정을 명령했고, 다음 달 6일 다시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기로 한 뒤 재판을 끝냈다.
재판이 마무리되자 방청 중이던 한 남성은 검찰에 욕설하고 "대통령이 죽으면 알아서 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에 다른 방청객들도 고성을 지르며 검사들에게 불만을 드러내면서 소란이 벌어졌으나 다행히 물리적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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