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F, 9월 평양에서 시범공연 예정
평창·도쿄 올림픽에서 WTF·ITF 합동 공연도 추진
(무주=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뿌리는 하나이지만 한국과 북한을 축으로 두 갈래 길을 걸어온 태권도가 시범단 교차방문으로 통합의 싹을 틔웠다.
2007년 이후 10년 만에 방한한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이 6월 24일부터 30일까지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린 2017 세계태권도연맹(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기간 4차례의 역사적 시범공연을 마치고 1일 오후 출국했다.
WTF는 한국, ITF는 북한 주도로 발전해온 태권도 종목의 국제경기단체다.
ITF 시범단은 2007년 국내에 ITF 지부가 출범한 것을 축하하고자 방한한 적이 있다. 그러나 WTF 행사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TF는 WTF보다 7년 앞선 1966년 서울에서 육군 소장 출신인 고(故) 최홍희 씨 주도로 창설됐다. 이후 최홍희 씨가 한국 정부와 갈등으로 캐나다로 망명하고, 1980년부터 태권도 보급을 위해 북한에 사범들을 파견하면서 북한과 인연을 쌓아 'ITF는 북한 태권도'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WTF와 ITF는 2006년 12월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기간 두 단체의 행정 및 기술통합문제를 다룰 '태권도통합조정위원회' 구성에 대해 합의하고 2007년부터 실무 회의를 했다.
하지만 40년 가까이 제 길을 걸어와 겨루기나 품새의 기본 틀마저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상황에서 기술적 통합은 힘들다는 한계에 부닥쳤다. 결국,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통합안을 내놓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다.
그러다가 2014년 8월 두 연맹 수장의 합의의정서 서명으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조정원 WTF 총재와 당시 ITF 총재인 장웅 IOC 위원은 2014년 8월 중국 난징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호 인정과 존중, 양 단체 주관 대회 및 행사 교차출전, ITF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추진, 다국적 시범단 구성 등의 내용을 담은 합의의정서에 사인했다.
이전까지의 선언적, 기계적 통합 노력에서 벗어나 실질적 교류 및 협력에 뜻을 같이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2015년 5월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열린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회식에서 ITF 시범단이 시범공연을 펼쳤다. WTF 주관 대회에서 ITF 시범단이 시범을 보인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이후 그해 10월에 WTF가 ITF 시범단을 서울로 초청하려 했으나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위협 등으로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불발됐다.
교착상태에 빠진 듯했던 시범단 교차방문은 지난 5월 초 스위스 로잔에서 조정원 총재, ITF의 리용선 총재와 장웅 명예총재가 만나 양 단체의 협력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다시 급물살을 탔다. 그러고는 마침내 ITF 시범단의 무주 방문이라는 결실을 내놓았다.
ITF 시범단의 역사적인 방한으로 태권도 통합 노력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당장 이번 ITF 시범단의 방한 기간 양측은 오는 9월 17일부터 21일까지 평양에서 열릴 I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때 WTF 시범단의 방북 시범공연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뤄냈다. WTF 시범단은 9월 16일 평양을 방문해 이튿날 개회식에서 시범을 선보이고 20일 돌아올 예정이다.
WTF와 ITF는 또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2020 도쿄 하계올림픽 기간 합동 시범공연도 추진하기로 구두로 합의했다.
WTF는 평양 방문 기간 서명 합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WTF는 아울러 새로 출범하려는 월드 태권도 그랜드슬램 챔피언스 시리즈를 비롯해 장애인태권도선수권대회, 비치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등에 WTF 경기 규칙을 따른다는 조건으로 ITF 소속 선수들에게 문호를 개방한다는 방침도 거듭 밝혔다.
ITF도 이번 방한 기간 양 단체 통합 의지를 수차례 드러냈다.
ITF 시범단이 지난 28일 세계태권도 본부 국기원을 방문해 시범공연을 펼쳤을 때 리용선 총재는 "태권도는 하나다. 하나의 뿌리에서 자라난 태권도가 본의 아니게 둘로 갈라져 성장해 덩치가 커졌다"면서 "하나로 합쳐지면 더 큰 하나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커진 태권도가 지구촌을 종횡무진으로 활동하면 태권도의 영향력은 100배로 강해질 것"이라며 "단 하루라도 빨리 하나로 만들기 위해 손에 손잡고 나가자"고 강조했다.
hosu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