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올해 코스피가 18%가량 올랐지만 삼성전자[005930] 같은 대형 우량주를 갖지 않은 많은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노후 자금으로 또는 자녀 교육비로 한 푼 두 푼 모아놓은 돈을 한꺼번에 주식 투자에 쏟아붓기도 찜찜하다.
뒤늦게 막차를 탔다가 돈을 날릴 걱정 때문이다.
자산가 고객들을 많이 대하는 유명 프라이빗뱅커(PB)들로부터 올해 상반기 자산시장의 특징과 함께 하반기 전망을 들어봤다.
은행 PB는 아무래도 주식 투자를 권할 수밖에 없는 증권사 영업직원들보다는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
◇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장
올해 상반기 자산시장의 특징은 '집중'인 것 같다. 부동산 시장도 전반적으로 좋다기보다는 강남 재건축 등 일부 지역만 과열을 보였다. 주식시장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000660] 등 일부 종목 위주로 움직였다.
과거에는 시중에 유동성이 넘치면 자산시장이 폭넓게 반응했는데 최근에는 집중되는 곳에만 집중되는 것 같다. 그래서 증시는 좋지만 돈 번 사람은 제한적이다. 시장의 흐름은 화려한데 실속은 일부만 챙긴 셈이다.
올해 하반기는 겉보기에는 큰 변수 없이 안정적일 것 같다. 하지만 감춰진 큰 변수는 있을 수 있다.
하반기 주식시장이 상반기처럼 대형주 위주로 움직일지는 의문이다. 현 정부도 대기업에 우호적이지 않다. 논리적으로는 그동안 상승률이 비교적 낮은 중·소형주가 빛을 보지 않을까 생각된다.
분위기에 휩쓸려 이미 오른 종목의 투자를 따라 하기보다는 저평가된 주식에 관심을 두는 게 좋을 것 같다.
유동성을 확보해 기다려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만일에 대비해 여유가 있다면 틈틈이 미국 달러화 보유를 늘려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규제가 예상된다.
◇ 이관석 신한은행 PWM분당중앙센터장
올해 상반기 자산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주식시장의 강세다. 우리뿐만 아니라 글로벌 주식시장이 전고점을 경신했다.
연초에는 자산관리 시장에서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커버드콜 같은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대세를 이뤘지만, 하반기로 올수록 주식형 펀드에 대한 고객 문의도 늘었다.
하반기 주식시장을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일부 증권사의 말처럼 그렇게 강력한 장세가 펼쳐질 것 같지는 않다.
시장을 함부로 예상하면 안 된다. 북한의 핵실험처럼 예기치 못한 악재가 나올 수 있다. 기업 이익이 늘어나면서 낙관론이 커진 것 같은데 외부 변수가 불거지면서 기업 이익이 망가질 수도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이슈도 지켜봐야 한다.
따라서 주식 투자에 관심이 있더라도 자신의 자산에서 주식 비중을 갑자기 많이 늘리기보다 증시가 조정을 받을 때 조금씩 분할 매수하는 게 바람직하다. 국내 주식은 그동안 소외된 중·소형주나 고배당 가치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해외주식에 관심이 있다면 올해 말까지 가입할 수 있는 비과세 해외주식 투자전용 펀드를 활용하면 좋다. 다만 이미 많이 오른 미국보다는 신흥국 주식이 투자 대상으로 더 나아 보인다.
◇ 신동일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센터장
올해 상반기에는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높았다.
애플이나 아마존 같은 해외주식도 많이 올랐다. 그러나 이런 해외주식에 계속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비과세 해외주식 전용 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고객들의 상담도 꾸준하다.
만일 여윳돈이 있다면 30∼40%는 예금하고 나머지를 투자형 상품으로 굴리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투자형 상품 가운데 절반은 국내에, 나머지 절반은 해외 자산에 굴리되 10% 정도를 해외주식에 직접 투자하도록 조언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IT 기술주가 유망할 것으로 본다.
채권 같은 안정형 상품에는 3개월이나 6개월간 단기 투자하는 게 현명하다. 금리가 인상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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