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은 비핵화·인권·확장억제 거론 등에 반발 가능성
정상회담 이후 움직임 주목…일각선 대북특사 파견 주장도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뤄진 첫 한미정상회담을 지켜본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 정부를 향해 9개항의 공개질문장을 발표하며 정책 전환을 압박하는 한편 '한미동맹이냐 남북관계냐'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첫 회담을 예의주시해 왔던 북한으로서는 이번 회담 결과를 평가하는 시각이 다소 복잡할 것으로 분석된다.
공동성명 안에 제재, 비핵화, 인권, 확장억제 등 북한이 그동안 격렬하게 비난해온 내용이 담겼지만, 대화, 한국의 주도적 역할, 제재 영향 최소화 등 기대를 걸만한 내용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북한은 자신들이 비난해온 내용에 대해 관성적으로 반발하는 입장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북한이 도발적 행위를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복귀하도록 최대의 압박을 가하기 위해, 기존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새로운 조치들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에 대해 '초강경에는 초강경으로'라는 구호를 앞세워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적 조치를 취해왔다.
이런 연장선에서 북한은 핵무기 개발이 협상용이 아니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던 만큼 강경한 반응이 예상된다.
또 북한은 인권 문제에 대해 대북압박을 위한 정치공세로 비난해왔고 미국의 확장억제를 보여주는 한미군사훈련에 대해서는 '대북 적대정책의 핵심'으로 반발했다.
따라서 북한은 조만간 외무성 등 국가기관이나 각종 매체를 동원해 관성적인 비난과 반발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당장은 한미정상회담 결과 중 자기들에게 부담되는 대목을 걸어 반발하고 비난할 것"이라며 "그런 입장이 앞으로 대화에 참가하더라도 자신들의 몸값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단기적으론 반발이 예상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북한도 이번 회담 결과에 심사숙고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에는 북한이 흥미를 가질만한 대목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한미 양국은 북핵 문제를 최우선 해결과제로 두기로 해 대북정책 문제가 트럼프 행정부의 우선 의제로 부상하게 됐다. '올바른 여건'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지만 북한과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가진 한미 공동언론발표에서 "한미 정상은 제재와 대화를 활용한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데 핵실험 중단-동결-폐기 등으로 단계를 나눠 접근하면서 북한이 원해온 체제안전보장, 경제지원, 북미수교 등 다양한 요구를 함께 넣어 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 양국은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을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다시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직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나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으며, 북한 정권의 교체나 정권의 붕괴를 원하지도 않는다. 인위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가속화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 조성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에 합의하고 '인도주의적 사안을 포함한 문제들'이라는 조건이 달리기는 했지만 남북대화 재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도 확보했다.
일단 북한으로서는 대화에 나와 한미 양측의 의지를 탐색해 보고 협상을 해볼 수 있는 여건은 조성된 셈이다.
문제는 압박과 관여가 혼재된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에서 북한이 이런 긍정적 신호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읽어내느냐는 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메시지를 북한에 정확하게 설명하고 대화에 나오도록 하기 위한 대북특사 파견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기존의 대북접근법에 새로운 접근 전략이 섞여 있는 만큼 북한에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사 등을 통해 설명이 이뤄진다면 그동안 몸값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북한의 회담 복귀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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