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文대통령과 기자회견 후 질문 생략…印모디 이어 두번째

입력 2017-07-01 11:07  

트럼프, 文대통령과 기자회견 후 질문 생략…印모디 이어 두번째

美中 회담 땐 기자회견까지 건너뛰어…"언론불신·직접소통 과시" 해석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30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이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백악관 관례에 따라 세계 정상과의 회담 후 웨스트윙 옆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국을 대표하는 기자 1명씩으로부터 질문 2개를 받았다.

하지만 이런 관례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열린 정상회담에서 기자회견을 생략하거나 취재진의 질문 없이 언론 회동만 하는 이례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지난 4월 그의 개인별장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때부터 목격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무역 불균형과 북핵 문제 등 주요 의제에서 구체적 접점에 이르지 못했고, 결국 공동선언문의 안조차 만들지 못했다.

이에 예정돼있던 공동기자회견까지 생략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예 트럼프는 지난달 26일 치러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의도적으로 기자들의 질문 순서를 생략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당시 백악관은 회담 때문에 모여있던 취재진에게 질문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이런 통보에 기자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하지만 별다른 방도가 없었던 기자들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인도가 북핵 문제, 테러리즘과의 전쟁 등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전에 없는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트럼프의 과시성 발언만을 받아적어야 했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의 이런 행보는 30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반복됐다.

트럼프와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단독 회담을 마친 후 오전 11시 46분께 로즈가든에 마련된 단상 앞에 함께 섰다.

하지만 그들은 공동언론 발표문을 각각 7분씩 번갈아 읽은 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은 채 곧 백악관 안으로 들어갔다.

이런 대통령의 이례적 행보에 미국 언론들은 다양한 해석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행동이 대선 기간 때부터 언론에 대한 불신을 표하며 주류언론과 불편한 관계에 놓인 트럼프 대통령의 현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현재 가장 설득력 있는 해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려고 이런 술수를 내놨다는 다소 악의적인 해석도 나온다.

이에 WP는 트럼프가 기자들의 질문을 생략한 것이 자신이 기자가 아닌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리더라는 점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는 새로운 해석을 내놨다.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와의 정상회담 후 자신과 모디 총리가 3천만 명이 넘는 트위터 팔로워를 지난 소셜미디어 스타라는 점을 강조하며 "우리는 양국 국민에게 그들이 선출한 정부에 대한 소식을 직접 들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아주 효과가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한미 정상회담 후에도 북핵 문제와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한 내용을 바로 트위터에 공유하며 회담에 대해 상당한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런 태도는 언론 보도와 정보의 흐름을 제한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미국 아메리칸대학의 한 학생은 기자 질문이 생략된 미국과 인도 회담을 두고 "세계에서 가장 힘 있는 두 민주국가가 갈수록 비민주적이고, 권위적으로 변한다는 걸 각인시켜준 중요한 행사였다"고 촌평하기도 했다.

viv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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