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 7천여명 일반직장 취직…회계사 '공급과잉'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공인회계사 3명 중 1명 이상이 기업 회계감사라는 본업 대신 일반직장에 취직해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1천명 가까이 선발하며 '공급 과잉' 지적 속에 경쟁이 심해졌고 회계사 자격증 보유의 매력이 무척 떨어졌다.
회계법인이나 감사반 소속 회계사의 업무량 대비 낮은 처우로 좀더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진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3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5월 말 기준으로 회계사 1만9천335명 중 '휴업' 상태인 회계사는 36.3%인 7천27명에 달했다.
휴업 상태는 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회계법인이나 감사반에 들어가서 기업 회계감사 업무를 하는 대신 일반직장에 취직한 경우 등을 뜻한다.
휴업 회계사는 2006년 말 2천677명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올해 3월 말(7천18명) 7천명 선을 돌파했다. 휴업 비율도 2006년 말 26.6%에서 최근 36%선으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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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도 │ 월 │ 전체 │휴업│ 휴업비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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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 5 │19,335│ 7,027│ 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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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 │19,326│ 7,027│ 3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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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19,309│ 7,018│ 3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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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19,310│ 6,899│ 3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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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19,276│ 6,870│ 3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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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 │ 12 │19,168│ 6,830│ 3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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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 12 │18,216│ 6,395│ 3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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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 12 │17,409│ 5,976│ 3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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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 │ 12 │16,605│ 5,439│ 3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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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 12 │15,571│ 5,086│ 3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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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 │ 12 │14,655│ 4,821│ 3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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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 12 │13,912│ 4,312│ 3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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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 12 │13,074│ 3,851│ 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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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 12 │11,940│ 3,525│ 2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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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 12 │10,877│ 3,064│ 2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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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 │ 12 │10,055│ 2,677│ 2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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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휴업 회계사가 늘어난 것은 그동안 회계사 수가 크게 증가한 것이 주요 요인이 됐다.
회계사는 2006년 말 1만55명에서 올해 5월 말 현재 1만9천335명으로 10여년만에 거의 두 배로 늘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기업 회계 투명성과 구조조정 업무 등의 증가로 회계사 수요가 늘어나자 선발 인원이 대폭 확대됐다.
2000년까지 한해 400∼500명 선이던 회계사 합격자가 2001년 1천14명으로 급증한 이후 2006년까지 매년 선발 인원이 1천명을 웃돌았다. 이후에도 1천명가량을 뽑다가 최근에는 900명 정도를 매년 선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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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도 │ 선발인원 │ 연도 │ 선발인원 │ 연도 │ 선발인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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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 850명 이상(예정) │ 2010 │ 953│ 2003 │ 1,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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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 │909 │ 2009 │ 936│ 2002 │ 1,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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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917 │ 2008 │ 1,040 │ 2001 │ 1,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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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886 │ 2007 │ 830│ 2000 │ 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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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 │904 │ 2006 │ 1,007 │ 1999 │ 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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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998 │ 2005 │ 1,004 │ 1998 │ 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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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 │961 │ 2004 │ 1,001 │ 1997 │ 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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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가 급증하다 보니 회계법인·감사반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른바 회계법인 구도는 '빅4' 체제로 굳어져갔고 일부 회계사는 소규모 회계법인을 차리거나 개업해 낮은 가격으로 업무를 따내는 수밖에 없었다.
과당 경쟁으로 업무량은 늘어난 대신 수임 가격은 계속 하락하다 보니 직업 만족도는 떨어지고 업계에서 이탈하는 회계사가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됐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회계사시험 합격 후 회계법인에 입사해 2∼3년 정도 본업을 하다가 그만두고 나와 안정된 직장으로 옮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아예 처음부터 회계법인에 입사하지 않고 일반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회계파트에 취직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경우 회계사 자격증을 보유한 직원이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362명에 달한다. 회계법인 중 금감원보다 소속 회계사가 많은 곳은 삼일, 삼정, 안진, 한영, 삼덕 등 5곳에 불과할 정도다.
일반 기업과 금융회사도 회계감사, 구조조정 실사업무 등에 회계사가 필요해 채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회계사 자격증 '우대'는 예전과 달라졌다.
최근 경력직 공무원 선발에서 변호사는 6급, 회계사는 7급 대우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은행은 2015년 서류전형에서 변호사와 회계사 같은 자격증을 우대하는 혜택을 폐지했다.
회계사 매력이 떨어지다 보니 회계사시험 지원자도 감소세다.
1차 시험 지원자가 2011년 1만2천889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2년 1만1천498명, 2013년 1만630명, 2014년 1만442명, 2015년 9천315명까지 떨어졌다. 지난해(1만282명)와 올해(1만117명) 다시 1만명을 조금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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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도 │ 1차 시험 지원자 │ 연도 │1차 시험 지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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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 10,117 │ 2013 │ 10,6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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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 │ 10,282 │ 2012 │ 11,4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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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 9,315 │ 2011 │ 12,8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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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 10,442 │ 2010 │ 11,9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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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 증가로 과당 경쟁이 발생하고 저가수임에 따른 회계감사 부실 등의 폐해가 나타나자 회계사 선발 인원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돼왔다.
이 때문에 금융위원회는 한국회계학회에 연구용역을 줘 관련 내용을 검토했지만 결국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 규정은 850명 이상을 뽑도록 돼 있는데 조금 과한 것 아닌가 지적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매년 선발 인원만큼 회계법인들이 채용하고 있어 그대로 두는 것으로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영국 등은 많은 업무에서 회계 전문지식이 우리보다 일반기업에 회계사가 더 많다"며 "이들을 통해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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