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 주축 수출이 전체 회복세 견인…생산·투자 나아졌지만 반도체효과 줄면서 '주춤'
소비 심리는 좋아졌지만 아직 열리지 않는 지갑…가계부채·美 금리인상 탓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지난해 말 한국경제를 둘러싼 상황은 한 마디로 '풍전등화(風前燈火)'였다. 거친 파도가 쉴새 없이 몰려들 듯 위기는 한꺼번에 들이닥쳤다.
한국경제의 '빅2'인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는 각각 갤럭시노트7 악재와 파업으로 동시에 위기를 맞았다.
수출 회복세는 요원해 보였고, 구조조정 여파로 제조업 취업자 감소세가 이어지는 등 고용시장 한파도 계속됐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미국이 1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재개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 여파까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의결이라는 정국 혼란까지 더해져 4분기 성장률(전기 대비)이 마이너스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마저 나왔다.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초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조기편성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이때였다.
그러나 불과 6개월이 지난 지금 당시 한국경제는 위협했던 요인들은 표면상으로는 사라졌다.
수출이 살아나면서 생산과 투자 확대를 이끄는 등 전체 경기는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경제의 양대축인 내수, 그중에서도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모습이다.
한국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를 올라서기 위한 열쇠는 소비가 쥐고 있는 셈이다.
◇ 한국경제 주축은 역시 수출…전체 회복세 이끌어
우리 경제가 상반기 회복세로 돌아서는데 1등 공신은 수출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 비중이 40%를 넘는 만큼 수출이 전체 경기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그동안 한국경제 성장엔진 역할을 하던 수출은 기록적인 저유가 기조와 맞물려 연간 기준으로 2015∼2016년 2년 연속 감소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위상도 덩달아 추락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한국의 작년 수출액은 4천955억 달러로 전년보다 5.9% 감소하면서 세계 주요 71개국 중 8위에 그쳐 전년 대비 2계단 하락했다.
감소세를 이어가던 수출은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회복세에 들어선 뒤 지난 6월까지 8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6월 수출액(통관 기준)은 514억달러로 잠정 집계돼 월별로는 2014년 10월(516억달러)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7% 상승한 것으로, 올해 1월 이후 6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수출은 2천33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8%, 수입은 2천336억달러로 21% 급증했다.
상반기 수출은 지난해 말 정부가 전망한 올해 수출 증가 목표치 2.9%를 크게 웃돌고 있다.
아직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무역 1조달러 재탈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2017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무역액이 지난해보다 11.5% 증가한 1조50억달러를 기록, 3년 만에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 생산·투자 나아졌지만 반도체 효과 줄면서 '주춤'
수출이 살아나면서 생산과 투자 부문도 회복세를 나타냈다.
갈지(之)자 행보를 거듭하던 산업생산은 지난해 11월부터 1월까지 3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반도체 생산이 크게 늘어났고, 서비스업도 3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성장세를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같은 생산 회복세는 아직은 공고하지 않다.
4개월 만인 2월 0.3% 감소한 산업생산은 3월 다시 1.3% 증가했지만 반도체 생산이 중국 수출 감소로 마이너스로 전환하자 다시 4월에는 1.0% 감소했다.
5월에는 지난해 11월 이후 계속 늘어난 서비스업 생산마저 0.3% 줄어들면서 전체 산업생산은 두 달 연속 뒷걸음질쳤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확신으로 변하지 못하고 아직은 물음표로 남은 셈이다.
설비투자도 수출 회복과 지난해 기업실적 개선 등 영향으로 올해 초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지만 더는 탄력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 연속 증가한 설비투자는 지난 3월에는 13.4%나 늘었다. 이는 2013년 10월 14.9%를 기록한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대폭 증가였다.
하지만 4월 3.9% 줄어들며 감소세로 전환했고 5월에는 1.8% 증가로 폭을 줄였다.
건설투자도 건축 부문 증가세 둔화 등 영향으로 4월 이후 두 달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설비투자는 기업 수익성이 좋아지다 보니 계속해서 증가해 왔는데 앞으로 예전처럼 강한 회복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건설투자도 작년 하반기부터 빠르게 상승했지만 앞으로는 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최근 생산과 투자가 주춤한 것은 올해 초 수출이 회복되면서 경제지표가 일제히 상승한 것에 대한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상승세가 조정되는 국면일 뿐 경기 회복세가 꺾인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지난 4월 서비스업 생산이 높은 수준이어서 5월에는 조정을 받은 영향이 컸다"면서 "최근 경기 상승 흐름이 꺾인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 소비 심리는 좋아졌지만…여전히 열리지 않는 지갑
생산·투자는 불안하나마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움츠러든 소비는 여전히 본격적인 회복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해 정부는 코리아세일페스타, 임시공휴일 지정 등 소비 진작책을 쏟아내며 꺼져가는 소비를 다잡았지만 경기침체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혼란까지 가중되면서 소비 심리는 올해 초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런 영향으로 소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연속 뒷걸음질쳤다.
수출 회복, 새정부 출범 등으로 최근 소비자심리지수가 6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소비심리는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지만 실제 소비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4개월 만에 3.2% 반등한 소매판매는 3월 -0.3%, 4월 0.7%, 5월 -0.9% 등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고 있다.
박성운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우리나 미국이나 심리지표 등은 좋아지는데 실제 지표가 따라가지 못해 괴리가 약간 있다"면서 "특히 민간소비가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심리 개선에도 소비가 여전히 불안한 원인 중 하나로 늘어나는 가계부채와 미국 금리 인상을 꼽고 있다. 나아질 기미가 없는 고용시장의 한기 역시 소비 회복을 막는 요인 중 하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소비가 다소 나아지고는 있지만 믿음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추경안은 통과까지 1∼2개월 걸리고 시차가 있으므로 내년에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정부가 개별소비세 인하나 임시 공휴일처럼 작지만 당장 효과가 나오는 정책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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