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코리안 정체성, 헝그리정신 갖게 해…등에 한국성씨 문신"
"연내 새 앨범 낼 것…여러 아티스트와 콜라보레이션"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록커 서태지와 래퍼 박재범의 음악이 인상적이었어요. 같이 라이브 공연을 해보고 싶습니다."
재일교포 3세인 일본의 천재록커 '미야비'(36·본명 이시하라 다카마사)는 1일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미야비는 이날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7 한일 슈퍼 록 그레이트 미팅 인 서울'(SUPER ROCK Great Meeting IN SEOUL)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 2월 일본의 헤비메탈 밴드 '크로스페이스'와 합동 내한공연을 한 뒤 다섯 달 만의 발걸음이다.
1999년 비주얼 록 밴드 듀르퀄츠의 기타리스트로 데뷔한 그는 솔로 전향 뒤 깊은 인상을 남겼고, 한국 무대를 종종 찾아 한국 팬들을 향한 애정을 표현해왔다.
"아시다시피 저는 '하프 코리안'입니다. 한국에 다시 와서 기뻐요. 할머니 할아버지의 고향인 제주도에 꼭 가고 싶었는데, 이번 스케줄 상 시간이 안 나 아쉽네요."
2014년에는 일본군의 잔학상이 담긴 앤젤리나 졸리 감독의 영화 '언브로큰'에 포로를 관리하는 일본군 역으로 출연했다가 극우단체로부터 "조선으로 돌아가라"는 등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저는 반일(反日), 반한(反韓) 같은 낮은 레벨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요. 그걸 의식해 행동이 위축된 적도 없고요. 앞으로도 영화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 마음을 열어놓을 겁니다."
또한, '재일교포라는 정체성이 음악에 영향을 줬느냐'는 질문에 "한국이라는 뿌리는 제게 '헝그리 정신'을 심어줬다. 한국 사람들은 어려움에 맞서는 힘이 강한데, 그런 정신이 제게도 흘러 세상과 맞서는 음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10년 전 아버지의 한국 성인 '이(李)'를 등에 문신으로 새겼다고 덧붙였다.
미야비는 데뷔 초기 '꽃미남' 이미지가 강했다. 히트곡 '愛しい人'(이토시이 히토·사랑하는 사람), '君に願いを'(키미니 네가이오·너에게 소원을)도 서정적인 멜로디로 소녀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그의 음악은 거칠고 강렬하게 진화했다. '가부키 록'이라고 불릴 만큼 화려했던 무대 연출과 형형색색의 메이크업도 절제해 남성성을 강조했다.
"조금 변한 게 아니라 굉장히 변했죠. 쓸데없는 건 다 버리고, 제가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이 세상에 맞설 수 있게 변한 것 같아요. 좀 더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고 싶기 때문에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있어요. 다만 헤어스타일은 15년 전으로 돌아갔는데, 그건 15년 전 팬들을 위한 오마주죠."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의 홍수로 록의 입지가 좁아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시대가 변하면 인기 장르가 변하는 것도 당연해요. 변화의 흐름 속에서 변화를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드느냐가 중요하죠. 기타리스트인 제 역할은 기타를 통해 장르와 국경을 뛰어넘는 음악을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께 새로움, 두근거림, 떨림, 흥분을 보여드리는 게 임무죠. 그런 의미에서 제 음악은 록일 수도, 댄스일 수도, 펑크일 수도 있어요."
미야비는 두 딸의 탄생이 변곡점이라고 말했다. 2009년 일본 가수 '멜로디'와 결혼해 올해 8살, 6살 딸을 둔 그는 아이들 교육을 위해 3년 전 미국으로 이주한 '딸 바보'다.
"아버지가 되고 나서는 미래에 대한 책임감이 생겼어요. 시야가 넓어져 여러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고요. 영화 작업을 함께했던 앤젤리나 졸리의 소개로 유엔난민기구(UNHCR)를 알게 돼 난민캠프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제가 느낀 감정을 곡으로 만들었죠. 제 팬들이 그런 활동을 보면서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새 앨범 계획도 소개했다.
"새 앨범은 지금 작업 중인데, 아마 올해 안에 나올 것 같아요. 여러 사람과 콜라보레이션을 해보고 싶습니다. 계속 변화하는 제 음악을 변함없이 응원해주는 팬들께 감사드려요. 제 음악을 듣고 '미야비도 이렇게 늘 도전하는데 나도 힘을 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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