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에 정답 있다'…뻔해도 너무 뻔한 명칭 공모전

입력 2017-07-02 10:16  

'문제에 정답 있다'…뻔해도 너무 뻔한 명칭 공모전

충남도 유류피해 기념관 등 공모전 '비난 목소리'…혈세낭비 지적도

(홍성=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충남 태안 만리포해수욕장 인근에 들어선 '유류피해 극복기념관'은 최악의 유류 사고로 기록된 '허베이 스피리트호 사고' 극복 과정을 담은 전시관이다.




충남도는 지난 2월 허베이 스피리트호 사고 같은 국가적 재앙의 재발을 막고, 국가 재난을 기적으로 만든 자원봉사자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가칭 '유류피해 극복기념관'을 건립하로 하고 기념관 명칭 공모에 나섰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공모전에 참여할 수 있으며 적합성, 대중성, 참신성 등을 기준으로 수상작을 선정하겠다고 공지했다.

수상작에는 상금도 내걸었다.

전문가들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수상작을 선정 작업을 벌인 결과 최우수작은 임시로 정한 명칭과 같은 '유류피해 극복기념관'이었다.

우수상은 '서해안 유류피해 극복기념관'이, 장려상은 '함께 살린 바다기념관'이 각각 선정됐다.

개관을 앞둔 기념관 이름 공모에 가칭과 같은 이름이 선정됐다는 소식에 일부 누리꾼들은 '문제 속에 답이 있다'며 비꼬기도 했다.

충남도는 해마다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다양한 형태의 공모전을 하고 있다.

그러나 참신한 생각을 모은다는 공모전의 취지를 무색하게 너무나 뻔한 '정답'이 대부분이어서 오히려 주민 세금을 낭비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모전 결과와 관계없이 명칭이 결정되는 일도 있다.

홍성군 홍북면 내포신도시에 짓고 있는 충남대표도서관의 명칭이 그렇다.




도는 지난해 4월 충남의 정보중심, 행복이 있는 문화공간을 구현하고 충남대표도서관의 설립 취지에 맞는 명칭을 공모했다.

건립 취지에 적합한 명칭(적합성),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친근한 명칭(대중성), 진부하지 않은 독창적 명칭(참신성)을 심사 기준으로 제시하며 100만원의 상금도 내걸었다.

공모 결과 최우수상에 '충남가온도서관'이, 우수상에는 '충남중앙도서관'과 '충남도서관'이 각각 선정됐다. 장려상에는 '아름드리 도서관', '내포도서관', '충남내포도서관' 등이 뽑혔다.

그러나 충남대표도서관의 최종 명칭은 우수상으로 선정된 '충남도서관'으로 최종 결정됐다.

공모전 이후 내부 논의를 거쳐 '충남도서관'으로 결정했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그러나 공모전 결과와 다른 최종 명칭을 결정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도서관 명칭 공모전에 참여한 주민 김모(34)씨는 "도민과 함께 만드는 도서관을 구현하겠다며 공모전까지 열어 결정한 도서관 명칭이라고 하기에 너무 일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공모전 결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을 거라면 뭐하러 혈세를 들여 공모전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jk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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