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가족이 대다수…"숨은 산책로·새 데이트 코스 발견"
경찰 "관람객 30∼40% 늘어…외국인 위주에서 시민 많아져"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이효석 기자 = 청와대 앞길이 개방된 후 첫 휴일인 2일 청와대 앞에는 저녁 늦게까지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젊은 연인과 중년 부부들은 빗방울이 떨어져도 오히려 운치를 즐기면서 한갓진 청와대 앞길을 걸으며 담소를 나눴다.
대부분 오랜 세월 감춰진 산책로를 새로 발견한 듯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고 걸으면서 여유를 즐겼다. 청와대 쪽을 가리키며 자연스레 새 정부의 정책 얘기를 주고받는 이도 많았다.
청주에서 아내, 두 아들과 함께 왔다는 윤종환(42)씨는 "직접 걸어보니 고마운 감정이 크다"면서 "빼앗긴 것을 돌려받은 기분"이라며 웃었다.
온종일 빗줄기가 오락가락했지만, 청와대 앞길에는 낮부터 일반 시민과 외국인 단체관광객이 몰려 기념촬영을 하고 산책을 즐겼다. 주변 서촌과 삼청동을 구경하고서 자연스럽게 청와대 앞길로 발걸음을 옮긴 이들이었다.
청와대 앞길 서쪽의 분수대 주변에는 비가 내린 탓인지 평일이면 곳곳에 서 있던 1인 시위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분수대 뒤편 사랑채 안의 카페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빈 테이블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카페 직원은 "손님이 평소 주말보다 50%는 늘었다"고 설명했다. 주말이면 시민에 개방하는 사랑채 뒤편 주차장도 주차할 곳이 없어 이중 주차를 해야 할 정도였다.
대학생 연인이라는 최영민(21)·김은주(21)씨는 "삼청동 데이트를 종종 하는데 그 전에는 경찰 검문 때문에 이쪽으로 올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봤다. 새 데이트 코스가 생겨서 좋다"며 "젊은 사람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인기 많은데 이번 일을 보면서 '역시 문재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8세 딸과 함께 온 김현주(46)씨는 "미국도 백악관 주위로 통행이나 기념촬영이 자유로운데 우리나라도 그렇게 나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함께 온 딸에게도 청와대 앞에 오니 기분이 어떤지 묻기도 했다.
청와대 주변을 지키는 경찰관들은 여전히 분수대와 청와대 앞길, 연풍문 앞 등지에 흩어져 있었다. 다만 예전처럼 관광객을 제지하거나 막지 않고 오히려 길 안내를 해주거나 기념촬영을 부탁하는 이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흔쾌히 응해줬다.
일부 관람객은 격세지감을 느끼는 듯 자녀들에게 "예전에는 여기 들어오려면 경찰 검문을 받아야 했다. 이렇게 가까이서 사진도 마음대로 못 찍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그 전에는 주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왔다면 (개방 이후) 지금은 시민들이 많이 발걸음을 한다"며 "체감하기로는 관람객이 30∼40% 정도 늘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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