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9조5천억 늘어…"불안 심리·빠른 평균수명 증가도 영향"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우리나라 가계가 보유한 현금이 빠르게 늘면서 70조원을 넘어섰다.
3일 한국은행 자금순환 통계를 보면 지난 3월 말 가계 및 가계에 봉사하는 비영리단체(이하 가계)가 보유한 금융자산 3천444조4천173억원 가운데 현금은 70조2천1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의 현금 자산이 70조원을 넘기는 사상 처음이다.
분기 기준으로 보면 작년 말보다 1조9천387억원(2.8%) 늘었고 1년 전인 작년 3월 말보다 9조5천724억원(15.8%) 급증했다.
연간 증가액은 2012년 2조4천343억원에서 2013년 6조4천116억원으로 뛰었고 2014년 8조2천431억원, 2015년 10조7천433억원으로 확대됐다.
작년 증가액도 9조8천392억원을 기록했다.
가계 금융자산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지만, 증가율은 두드러진다.
지난해 현금 증가율은 16.8%로 금융자산 평균 증가율(6.5%)의 2.6배나 되고 올해 1분기에도 현금 증가율(2.8%)이 금융자산 증가율(1.6%)을 훨씬 웃돌았다.
신용카드, 온라인 쇼핑 등의 확산으로 현금 결제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추세로 평가된다.
그런데도 가계가 현금을 늘리는 현상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저금리 상황에서 가계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현금을 그냥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대기성 자금이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연 1.25%까지 떨어지면서 예금으로 높은 이자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채권, 주식 등 다른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도 부진한 편이다.
지난 3월 말 가계의 채권 자산은 158조3천280억원으로 석 달 사이 6조298억원(3.7%) 줄었다.
작년 3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감소세다.
가계가 보유한 지분증권(주식) 및 투자펀드의 경우 올해 1분기 19조279억원(3.0%) 늘었다.
기업 이익 개선 등으로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행진을 하면서 주식시장에 활기가 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만 해도 코스피가 오랫동안 '박스권'에 머문 탓에 가계의 주식 투자는 저조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안전자산인 현금 선호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1분기까지 정치적 불확실성과 부동산 경기 등 경제에 대한 불투명성이 컸다"며 "가계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현금을 선호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질 때 비상시에 대비해 '예비용 현금'을 보유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가 현금 증가의 구조적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은이 작년 3월 발표한 '2015년도 경제주체별 화폐사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50대와 60대 이상 연령층이 현금을 많이 보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은 "가구의 연령대가 높을수록 현금 보유 규모가 크다"며 "앞으로 고령화 진전이 화폐 수요의 증가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표> 가계 및 비영리단체 현금 자산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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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도 │ 가계 및 비영리단체 │ 증가액(증가율) │
│ │현금 자산(기말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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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 22조7천600억원 │ 3조9천586억원(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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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 27조2천782억원 │ 4조5천182억원(1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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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 30조5천899억원 │ 3조3천117억원(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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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33조242억원 │ 2조4천343억원(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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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 39조4천358억원 │ 6조4천116억원(1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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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 47조6천789억원 │ 8조2천431억원(2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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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 58조4천222억원 │ 10조7천433억원(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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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 68조2천614억원 │ 9조8천392억원(1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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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70조2천1억원│ 1조9천387억원(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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