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기후변화 문제에서 미국을 대신해 세계리더를 자처하고 있는 중국이 다른 나라에 탄소 배출의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 양면적 모습을 보인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환경단체 우르게발트의 집계를 인용해 중국 기업들이 국내외에 700개 이상의 석탄발전소를 건설하거나 건설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현재 전 세계에서 건설되고 있거나 예정된 석탄 발전소의 규모가 62개국 1천600개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상당한 수치다.
중국의 대표 전력기자재 업체인 상하이전기(上海電氣)그룹은 이집트, 파키스탄, 이란에 총 발전용량이 6천285㎿에 달하는 대형 화력발전소를 세울 계획이다.
이는 상하이전기가 중국에서 건설 예정인 석탄발전소 발전용량인 660㎿의 10배에 달한다.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능원건설(CEEC·中國能源建設)도 2천200㎿ 규모의 화력발전소를 베트남과 말라위에 건설할 방침이다. CEEC는 중국 내 신규 발전소 설립 계획은 아예 없다.
중국의 석탄발전소 해외 수출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주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다.
일대일로 구상에 따라 중국은 고속도로, 항구, 발전소 등 해외 기간시설 투자에만 9천억 달러(약 1천30조5천억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런 탓에 현재 전 세계 최대 석탄발전업체 20곳 중 11곳은 중국업체가 차지했다고 NYT는 설명했다.
문제는 화력발전소 설립이 기후변화 대응에 정면으로 역행한다는 사실이다.
지구 평균온도가 섭씨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규정한 파리기후변화협정의 목표 달성이 석탄발전소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지적도 있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의 80%는 이산화탄소가 차지하고, 이 중 40% 이상은 화석연료 연소 과정에서 나온다.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인 중국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협정을 탈퇴하자 협정의 준수를 주장하며 미국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했다.
이에 석탄발전소 수출이 중국이 그동안 해온 주장에 모순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 그동안 석탄발전을 하지 않은 국가들에 발전소를 세운다는 점도 환경단체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최근 중국은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가 재편되면서 화력발전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급감했다.
여기에 심각한 스모그와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까지 추가되면서 중국은 국내 석탄발전소 가동률을 낮추고, 재생 가능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중국이 그동안 석탄을 사용하지 않았던 다른 국가에선 잇따라 발전소를 설립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집트에서는 중국과 다른 해외 기업들의 투자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석탄발전량이 거의 0㎿에서 1만7천㎿까지 급증하게 된다. 파키스탄도 마찬가지로 발전량이 190㎿에서 1만5천300㎿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중국의 석탄발전소 수출 때문에 이들 나라가 수십 년간 유지해온 클린 에너지 정책이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환경단체들은 경고했다.
케빈 갤러거 보스턴대 교수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개발도상국의 강력한 욕구와 화력발전에 대한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의 지원 축소가 중국에게 기회를 만들어줬다고 해석했다.
그는 "중국에는 경쟁력 있고, 정치적으로 영향력 있는 기업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중국 경제성장에 둔화하면서) 이들 기업에 대한 수요가 갑자기 사라졌다"며 "중국은 석탄산업 쇠퇴로 이들 기업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외로 진출하길 장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파리협정 체결을 주도했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파리에서 세계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역사상 가장 야심 찬 합의를 해냈다"며 "미국의 리더십은 이제 없지만, 협정은 우리 자녀들에게 싸울 기회를 주고 있다"고 미국의 탈퇴를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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