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의 열리는 함부르크서 본격적인 시위 시작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올해 G20 의장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오는 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경제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균등한 소득분배 등이 반세계화와 자국 우선주의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해 G20 정상회의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받아들여진다.
메르켈 총리는 2일(현지시간) 주례 팟캐스트에 출연해 "G20 정상들은 부의 분배와 자원의 소비에 대해 시위대가 제기하는 문제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우리는 자국의 이익을 넘어서 전 세계 경제를 위해 '윈-윈(win-win)'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우리가 어떻게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정상회의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틀간의 정상회의에서 파리기후변화협정 이행과 자유무역에 대한 보장을 합의하고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고 희망했다.
메르켈 총리의 이런 발언은 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하고 보호무역주의 행보를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메르켈 총리는 지난달 29일 베를린에서 G20 정상회의 의제를 조율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의 지도자들을 만나 자유무역과 공정한 시장을 지향하고 기후변화협정을 이행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메르켈 총리가 팟캐스트에서 시위대의 문제의식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한 점도 미국에 대한 압박으로 여겨진다.
독일은 최근 국제정상회의가 시위대의 접근을 제한할 수 있고 경호가 상대적으로 쉬운 외딴 지역에서 개최해온 것과 달리, 유럽의 최대 무역 중심지 중 하나로 시위대의 접근성이 높은 함부르크에서 개최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더구나 함부르크는 좌파 운동의 상징지였다가 사회주의권의 붕괴 이후 대안 문화 및 대안 정치 투쟁의 '성지' 역할을 해온 '로테플로라' 광장이 있는 도시다.
이런 가운데 함부르크에서는 4천여 명의 시위대가 비가 오는 가운데 평화적으로 행진을 벌였다. G20 정상회의를 닷새 앞둔 내달 2일부터 폐막일인 8일까지 신고된 30개의 시위 중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시위대는 '가난과 싸우자', '석탄을 멈춰라', '지구가 우선' 등의 현수막을 들었다.
독일 당국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면서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로 사망자와 수백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2001년 이탈리아 제노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보내고 있다.
독일 당국은 G20 정상회의를 반대하는 활동가들이 함부르크의 항만과 공항 등 기간 시설을 목표로 삼아 방화와 파괴 등을 자행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또한, 함부르크 경찰은 전력 시설에 대한 공격에 대비하는 등 독일 당국은 새로운 형태의 공격이 감행될 수 있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함부르크 경찰은 시위대의 출입제한지역도 설정해놓았다.
하이코 마스 독일 법무장관은 "타이어에 불을 지르고 경찰을 다치게 하는 것은 범죄 행위"라며 폭력 시위에 대해 사전 경고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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