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동네만 안 오지?"…장마에도 가뭄과 싸우는 농민들

입력 2017-07-03 12:45   수정 2017-07-03 14:28

"왜 우리 동네만 안 오지?"…장마에도 가뭄과 싸우는 농민들

일부 지역 호우특보에도 가뭄 심한 서해안은 20㎜ 안팎

(전국종합=연합뉴스) 장마전선이 내륙지방에 본격 상륙하면서 전국 곳곳에 강한 비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극심한 가뭄으로 몸살을 앓는 충남과 전남 등은 강수량이 적어 농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3일 오전 충남 홍성군 서부면 천수만 간척지 A지구 일대에서는 농민들이 장맛비 속에서 때아닌 모내기를 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지난 5월 모내기를 마쳤지만, 가뭄이 계속되면서 염해로 갓 심은 모가 모두 말라 죽었기 때문이다.

그토록 기다리던 비가 내리자 논을 갈아엎고 다시 모내기를 시작한 것이다.

농민들은 모처럼 내린 비에 분주한 시간을 보내면서도 생각보다 적은 양의 비가 야속하기만 하다.

급한 대로 논 옆 수로에 펌프를 설치해 하천으로 흘러가는 빗물을 논으로 퍼 올리는 모습도 눈에 들어 왔다.

농민 김모(72)씨는 "이게 얼마 만에 비가 오는 건지 모르겠다"면서도 "하지만 완전한 해갈까지는 아직 멀었다"고 아쉬워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3일 오전 현재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강원과 충청, 경북 일부 지역에 호우특보가 발효 중이다.

일부 지역은 시간당 20㎜의 강한 비가 내리고 있다.

전날부터 내린 비의 양은 강원 홍천 343㎜, 서울 성북 183㎜, 세종 103.5㎜, 경북 상주 140.5㎜ 등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강원지역에서는 시간당 50㎜ 이상의 폭우가 쏟아져 도로가 물에 잠기거나 등산객이 고립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북한강 수계 댐들은 주말 동안 많은 비를 내리자 올해 들어 처음으로 수문을 개방하고 수위 조절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가뭄이 심한 충남·전북·전남 서해안은 강수량이 미미해 해갈에 많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장마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은 여전히 가뭄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비가 국지적인 데다 일부 지역은 비가 거의 오지 않아 저수지 물을 채우는 데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원에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던 시간 충남·전북·전남 서해안의 강수량은 충남 서산 21.3㎜, 전북 장수 29.0㎜, 충북 음성 34.0㎜, 전남 나주 17.0㎜ 등을 기록했다.

정작 비가 필요한 지역에는 20㎜ 안팎의 '찔금 비'가 내린 것이다.

이 때문에 충남 서부지역에 생활·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보령댐의 경우 저수율이 8.4%로 전날보다 0.1%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충남도 관계자는 "강수량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며 "강원지역은 비가 많이 왔는데 정작 많은 비가 필요한 충남 서북부 지역에는 상대적으로 비가 적게 와서 너무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번 비로 전국 농업용 저수지의 저수율의 상승률이 평균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지역 183곳의 저수율은 지난주 37.6%보다 1.5% 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고, 경남지역 저수율은 44%로 비가 내리기 전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북 임실에서 농사를 짓는 임모(60)씨는 "짧은 시간에 비가 많이 오기는 했지만, 그동안 땅이 갈라질 만큼 가물었기 때문에 이 정도로 물 걱정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며 "앞으로도 하늘이 도와줘야 농사를 지을 수 있는데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농어촌공사 충북지역본부 관계자는 "이번에 내린 비는 땅속으로 스며들면서 저수율의 급격한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소규모 저수지는 3%대, 대규모 저수지는 1% 정도로 저수율이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임채두 변우열 이승형 이정훈 박철홍 한종구 기자)

jk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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