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중국 본토에서 몰려드는 자금이 홍콩의 금리를 억누르고 있다.
2일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몇달간 본토와 홍콩 증시의 연계 거래망인 선강퉁과 후강퉁을 통해 홍콩 자본시장으로 본토 자금이 대거 밀려든 탓에 금리가 낮은 수준에 묶여있다는 것이다.
홍콩 은행권의 예금은 지난 4월 12조1천억 홍콩 달러였고 5월에는 12조2천억 달러로 소폭 증가하면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런 증가는 경제 상황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모건 스탠리는 이와 관련, "명목 경제성장률이 다소 상승했지만 예금의 증가를 정당화하기에는 충분치 못하다"고 지적하면서 "주로 자본 유입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것이 우리의 시각"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려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냉각시키려는 홍콩금융관리국(HKMA)의 노력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HKMA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를 뒤따라 지난 7개월간 모두 3차례에 걸쳐 기준 금리를 올렸지만 하이보((Hibor·홍콩 은행간 위안화 대출 금리)는 미국 달러 리보(Libor·런던 은행간 금리)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올해초 하이보 3개월물과 리보 3개월물은 대체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6월30일 현재 스프레드(금리차)는 52베이시스 포인트(bp)까지 벌어진 상태다.
홍콩의 모기지 금리는 대체로 하이보에 연동돼 있어 하이보가 이처럼 낮다는 것은 모기지 상환 비용도 낮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주택 가격의 급등을 억제하려는 HKMA로서는 곤혹스런 상황이다.
애널리스트들은 하이보와 리보의 격차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를 중요한 관심사로 삼고 있다.
모건 스탠리는 연준의 마지막 금리 인상 시기였던 2004년부터 2007년 사이에 하이보와 리보 3개월물의 스프레드가 220bp까지 확대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이런 모습이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스프레드가 당시처럼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노무라 증권은 보고서에서 미국 연준이 올해 1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선강퉁과 후강퉁을 통해 홍콩 증시로 들어오는 돈의 흐름이 둔화될 가능성을 가리키는 몇몇 조짐들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이보가 하반기에는 더 빠른 속도로 미국 달러 리보를 따라잡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하이보가 오른다면 모기지 금리도 동반 상승하는 만큼 홍콩의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고 부동산 관련기업들의 주가도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보의 상승은 은행들의 주가에는 호재에 해당한다. 지난주 홍콩 증시에서 거래되는 중국은행과 HSBC의 주가가 강세를 보인 것도 이런 기대감에 힘입은 것이었다.
jsm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