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농민 이덕준씨 천수만 논에서 3차 이앙 마쳐
(서산=연합뉴스) 조성민 기자 = 농민들은 일반적으로 하지(6월 23일) 전에 모내기를 끝냈다.
늦게 모를 심으면 병충해가 잦고 벼가 잘 여물지 않아 수확이 많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충남 서산시 부석면에 사는 이덕준(61)씨는 지난 1일 천수만 간척지 A 지구인 부석면 간월도리 일대 자신의 논 1만4천여㎡에서 모내기를 했다. 올해 들어서만 세번째 이앙이다.
지난 5월 15일 모내기한 이씨의 논에서 대부분 모가 고사했다. 유례없는 봄 가뭄으로 소금물에 가까운 간월호 용수를 공급받아 논에 채워놓은 까닭이다.
한 달 뒤인 6월 20일 전후로 경작 중인 대부분 논에서 재이앙을 했다. 이 가운데 일부 용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일부 논에서 또다시 어린 모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고사하는 것을 이씨는 지켜봐야만 했다.
지난 1일 장마 예보와 함께 이슬비가 내리자 이씨는 미리 챙겨둔 예비묘를 차에 싣고 논으로 달려나가 죽은 모를 걷어내고 3차 이앙을 마쳤다.
3차 이앙 모 품종은 조생종인 운광을 택했다. 이 품종은 7월 초순까지 모내기해도 어느 정도 수확이 보장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3차 이앙에 따른 예비 묘 구매와 4∼5명 인건비 등을 합해 200여만원이 들었다.
이씨는 "내 경우에는 로터리나 이앙기 등 장비를 보유하고 있어 경비를 줄일 수 있었지만, 일반 농가에서는 하고 싶어도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타산이 안 맞아 3차 이앙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씨는 쌀전업농서산시연합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는 "이번에 3차 이앙한 논에서 가을에 수확하면 예년 경우에 비춰 1천400만원 안팎의 쌀을 수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때까지 논에 투입할 농약과 장비, 인력을 생각하면 그냥 인건비나 건지는 수준이 될 것"이라며 "그래도 농부라면 쌀 한 톨을 건지더라도 농사를 짓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가 올해 3차례나 이앙을 하게 된 것은 논 자체가 바다를 막아 만든 간척지인 데다 용수로 사용해온 간월호 물의 소금기가 많기 때문이다.
5월 중순 모내기 한 모가 계속 고사하면서 측정한 농업용수의 염도는 5천ppm까지 올라갔다. 식물생육한계치인 3천ppm을 한참 넘어선 것이다.
그는 "이번 봄 가뭄은 인재에 자연재해가 겹친 것"이라며 "지난해 말부터 간월호 수위를 유지했으면 이 난리를 피우지 않았을 텐데 이런저런 이유로 담수호 물을 빼버리는 바람에 농민들이 고통을 고스란히 안게 됐다"고 주장했다.
현재 천수만 간척지 경작농민들은 농어촌공사가 간월호 수위를 잘못 관리하는 바람에 피해가 커졌다며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있다.
2002년부터 이곳에서 농사를 지어온 이씨는 "장마라고 하는데 아직 서산에는 비다운 비가 안 왔다"며 "올여름 비가 제대로 내리지 않으면 천수만 농경지는 염해가 누적돼 올해뿐 아니라 수년간 벼농사에 큰 지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봄부터 지금까지 누렇게 죽어가는 어린 모를 보며 받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하지 않다"며 "모든 농민의 마음이 나와 같을 것"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이곳은 수량이 풍부해 재이앙을 한 적도 거의 없는 곳인데 어떻게 하다 보니 세번째 이앙까지 하게 됐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정치나 행정을 하는 분들이 농민들의 고충을 충분히 헤아려 정책을 펴달라"고 주문했다.
min36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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