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살해 희생자 가족 "철저히 조사해 유족 억울함 해소돼야"

입력 2017-07-03 17:03  

납치·살해 희생자 가족 "철저히 조사해 유족 억울함 해소돼야"

남편 "소설 같은 기사로 상처 너무 많이 받아…흉악범 엄벌해야"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공개 수배 이후 피의자들이 조속히 검거돼서 다행입니다. 청부살인, 치정 등 소설 같은 추측성 기사로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았어요. 이 사건 배경부터 철저히 조사해 유족의 억울함이 해소되었으면 합니다."




'골프연습장 주부 납치·살해' 도주 용의자 2명이 검거된 3일 피해자 A(47·여)씨의 남편 B씨는 이 사건을 담당한 경남 창원서부경찰서를 찾아 그간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간 오랜 마음고생을 보여주듯 흐트러진 머리에 충혈된 눈의 B 씨는 수척한 얼굴로 담담하게 속내를 드러냈다.

경찰의 조속한 용의자 검거에 감사하다고 운을 뗀 그는 "각종 추측성 기사와 남편인 제가 주범을 도피시키고 시간을 끌었다는 등 악성 댓글까지 달린 것을 보고 유족 입장에서 화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만 써도 기삿거리가 많은데 소설 같은 기사가 쏟아진 점은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B 씨는 아내가 실종된 뒤 지금까지 경찰서에서 숙식을 해결하다시피 했다.

아내 시신이 발견된 뒤에는 장례식장과 경찰서를 오가며 수색현장에 경찰과 동행하는 등 누구보다 더 치열하게 용의자 검거에 매달렸다.

그런 그에게 온라인으로 쏟아진 누리꾼들의 악성 댓글은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

억울한 마음에 경찰을 찾아가 모든 관련 기사를 삭제하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B 씨가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힘은 마음 속에만 남았지만,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아내 A 씨 존재 자체였다.

그는 "아내라면 남은 자식을 위해서라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원할 것 같았다"며 "아내는 천성이 따뜻하고 포근한 사람으로 결혼 27년 동안 오로지 가족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며 살다 이제 조금 여유가 생긴 시점에 이렇게 가버리니 마음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엄마를 떠나보낸 딸과 아들은 엄마의 영정 사진과 5시간 넘게 대화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모습을 지켜본 B 씨는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어쩌면 아내를 살릴 수 있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사건 당일 B 씨는 골프연습장에 가기 위해 아내에게 전화했다. '오늘도 운동 갈 거냐'는 질문에 아내는 '당연하지, 지금 골프연습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그 순간 B 씨는 '같이 가게 차 돌려라'고 말하려다 따로 차를 몰고 골프연습장으로 향했다.

평소 아내와 함께 골프연습장에 갔으나 유독 이날만 어쩌다 따로 차를 몰고 가게 된 것이다.

골프를 마친 뒤 주차장 엘리베이터 앞에서 '집에 가서 열무나 먹자'고 말한 것을 끝으로 아내와 헤어졌다.

B 씨는 이 모습이 아내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사건 발생 뒤 B 씨는 아내를 납치한 일당 3명은 물론 허술한 주차장 폐쇄회로(CC)TV도, 아내가 납치되는 과정에서 아무도 경찰에 알리거나 도운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도 원망스러웠다.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살다 시간이 흘러 이제야 조금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아내를 잃었다는 상실감은 떨쳐내지 못했다.

"경찰이 이렇게 범인들을 잡아줘 너무 고맙습니다. 무엇보다 신속하게 아내를 유가족 품으로 돌려보내 줘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계획적으로 누군가를 납치·살해하는 흉악범들은 이 땅 위에 설 자리가 없도록 엄벌 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home122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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