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측, 회담 초반 자동차·철강 적자 언급하며 긴장감
우리측 "제대로 스터디하자" 역제안…수치로 반박도
文대통령 "안보동맹 넘어 경제동맹 가자"…훈훈한 마무리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우리 시각으로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한미 참모들이 배석한 한미 확대정상회담 당시 통상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3일 공개한 확대정상회담 당시 통상 문제 논의 과정을 보면 양측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설전에 가까운 심리전으로 회담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발언에서 '북한 문제는 심도 있게 대화했으니 미국과 한국의 무역협정이 공정해야 한다'고 운을 띄우며 의제를 통상 문제에 집중되도록 분위기를 잡아갔다"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 한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적자가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하면서 우리측 대표단을 강하게 압박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한미 FTA는 양국 간 호혜적인데 문제가 있다면 실무협의를 하면 된다'고 말해 굉장한 긴장감이 돌면서 회담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도 미국 측에서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이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기조를 반복하면서 우리 측을 압박했다고 한다.
양측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이어질 때 문 대통령이 다시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한국의 새 정부가 원자력과 석탄으로부터 LNG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한다고 했는데 미국이 좋은 조건만 맞추면 이를 공급할 수 있다'며 달래는 발언으로 포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FTA 규정이 불합리한 건지, 그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인지는 스터디(조사)해봐야 한다"며 "양국이 공동 조사단을 구성하자"고 역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을 제기한 주한미군 주둔비용 관련 인식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한국은 GDP 대비 가장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동맹국으로 미국의 최대 무기 수입국이고 주한미군 주둔 부지도 무상으로 제공한다'며 '평택기지에 소요되는 비용도 전액 한국이 낸다'고 역공했다"고 이야기했다.
문 대통령의 역공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힘을 보태면서 미국 측으로 쏠렸던 분위기도 어느 정도 우리 쪽으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장 실장은 회담 전날 만찬에서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이 제기한 '한미간 무역 불균형 주장'을 반박한 데 이어 이날도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는 독·과점 폐해를 다루는 기관으로 한국과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방어막을 쳤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FTA 이후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출이 356% 증가한 점 등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는 동시에 중국 철강 제품의 우회수출에 공동으로 대처하자고까지 제안하며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이어 장 실장이 영어로 얘기하겠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와튼 스쿨 (출신)! 똑똑한 분!"이라고 농담하면서 긴장됐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이완됐다고 한다.
농담으로 분위기가 풀리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도 상호 호혜성을 좋아한다"면서 "문 대통령과 좋은 친구가 돼 감사하고 더 많은 성공을 바란다"고 말해 회담의 '좋은 결말'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지금까지 둘도 없는 미국의 안보동맹이었는데 이를 넘어 경제동맹으로 발전시키자"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한미 FTA는 참여정부 시절부터 추진돼 내가 자부심과 애착을 갖고 있는데 이 자부심이 양국 관계가 발전해 나가는 디딤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대통령 내외의 연내 방한까지 제안하면서 회담을 훈훈하게 마칠 수 있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에 있어 실리를 얻은 반면 경제문제에서 압박을 당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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