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위기'의 뿌리는 무슬림 형제단

입력 2017-07-03 16:50  

'카타르 위기'의 뿌리는 무슬림 형제단

사태 해결 조건의 핵심은 '형제단 지원' 차단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4국이 카타르에 단교해제를 위한 13개 선결 조건을 요구했지만, 그 핵심은 무슬림 형제단 문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시사종합지 애틀랜틱에 따르면 이란과의 절연, 터키와 군사협력 중단, 알자지라 방송국 폐쇄 등이 선결 조건에 포함돼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기존에 제기돼왔던 갈등 사안들이며 양측을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제로섬 게임으로 몰고 있는 것은 무슬림 형제단 건이라는 것이다.

또 13개 조건 대부분이 실제 내용 면에서는 무슬림 형제단에 대한 카타르의 지원 중단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바레인 등 카타르와 단교한 4국 가운데 특히 사우디와 UAE가 카타르의 무슬림 형제단 지원을 각기 자국 왕정체제에 대한 치명적인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따라서 카타르의 이런 행동을 반대 차원을 넘어 절대적 수용 불가 사안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13개 선결 조건을 통해 자신들에 대한 존재적 위협을 초기에 제거하겠다는 의사를 천명하고 있다고 애틀랜틱은 분석했다.

걸프 아랍국들은 지난 2010년 이른바 아랍의 봄을 통해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독재정권이 연쇄 붕괴하면서 자신들 체제의 장기적 안정성에 대해 우려해왔다.

정치 개혁과 경제적 평등을 요구한 시위대의 요구는 그러나 시리아와 리비아 등지에서는 기성 정권이 무자비한 탄압으로 맞서면서 내전으로 비화해 수많은 인명 피해를 초래했다.

그리고 시위대에 대한 미국의 묵인, 방조 하에 정권이 잇따라 붕괴하면서 걸프 아랍국들의 불안은 커졌다. 여기에는 카타르도 포함됐다. 2011년 바레인에서 발생한 반정부 봉기를 무력 진압하기 위한 사우디 주도의 국제 군사 개입에는 카타르도 참여했다.

그러나 아랍의 봄 여파로 무슬림 형제단이 정치적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카타르는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과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으며 무슬림 형제단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여기에는 카타르 수장과 지난 1961년부터 카타르에 체류해온 무슬림 형제단의 정신적 지도자 유수프 알카라다위와의 친분도 작용했다. 또 카타르의 알자지라 방송은 오랫동안 알카라다위와 다른 무슬림 형제단 지도자들이 그들의 종교적 이념을 아랍권에 설파하는 채널이 돼왔다.

무슬림 형제단은 이집트와 튀니지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아랍의 봄 이후 아랍권의 미래 정치 조류로 부각됐으며 카타르의 지지 배경에는 이러한 전략적 고려도 작용했다.

아울러 카타르의 경우 1999년 자국 내 무슬림 형제단 지부를 해체했기 때문에 카타르 자체에는 별다른 위험 요인이 없었다.

무슬림 형제단은 '글로벌 이슬람국가' 창설을 추구했으며 이는 사우디나 UAE 같은 정부들의 타도를 의미하는 것이다.

사우디와 UAE는 이집트와 튀니지에서 무슬림 형제단의 성공이 자국 내 지하 무슬림 형제단 조직을 부추길 것을 우려했다. 실제로 UAE의 경우 지난 1994년부터 자국 내 무슬림 형제단 지부를 해체하기 위해 부심해왔다.

반면 카타르는 이집트에서 무슬림 형제단 지도부가 군사쿠데타로 축출된 후 이들에 피난처를 제공했으며 알자지라 방송은 이들에게 대의를 설파할 정기적인 방송기회를 제공했다.

이에 사우디와 UAE, 바레인 등은 카타르의 회원국에 대한 내정간섭을 이유로 2014년 3월 카타르 주재 대사를 철수하기도 했다. 당시 이집트 무슬림 형제단 지도자들이 카타르를 떠나면서 사태는 두 달 만에 해결됐다.

그러나 사우디와 UAE, 바레인 등의 관점에서 카타르가 2014년 합의 이후에도 여전히 무슬림 형제단의 지역망 거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카타르는 팔레스타인의 무슬림 형제단 지부로 간주하는 하마스 지도부를 수용하고 있고 알자지라 방송을 비롯한 카타르 정부의 지원을 받는 매체들과 싱크탱크들은 무슬림 형제단의 간부들을 기용하고 있다.

단교해제를 위한 13개 선결 조건 가운데 두 번째는 테러조직과의 단절, 특히 무슬림 형제단과의 단절과 형제단을 테러조직으로 선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세 번째는 무슬림 형제단의 창구로 간주하고 있는 알자지라의 폐쇄를 요구하고 있으며 네 번째 역시 친무슬림 형제단으로 간주하는 4개 매체의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또 카타르 내 터키군 주둔 종식 요구도 한편으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이집트 무슬림 형제단에 대한 '동정'과도 관련이 있다.

카타르 내 터키 영향력 증대가 무슬림 형제단에 대한 카타르의 지원을 공고히 할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있다.

다른 요구 조건도 직간접으로 무슬림 형제단에 대한 카타르의 지원을 겨냥하고 있다. 아랍 4국이 지명하는 테러조직에 대한 자금지원 중단, 테러범 인도 등이 그것이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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