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스 오즈 에세이 '광신자 치유'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이스라엘의 소설가이자 평화운동가인 아모스 오즈(78)는 1960∼1970년대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 국가들의 전쟁에 두 차례 참전한 시오니스트다. 열다섯 살 때 집단농장 키부츠에 들어가 성을 '오즈'(Oz)로 바꿨다. 히브리어로 '힘'이라는 뜻이다.
그런 작가가 이스라엘에서 '배신자'로 낙인 찍힌 이유는 팔레스타인과의 분쟁에 '두 국가 해법'을 줄곧 주장해서다. 양측이 독자적 국가를 세워 평화롭게 공존하자는 주장을 어떤 이들은 왜 받아들이지 못할까.
오즈는 최근 번역·출간된 에세이 '광신자 치유'(세종서적)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원인을 명쾌하게 정리한다. 그가 보기에 양측 분쟁의 본질은 종교나 문화·전통·사상 같은 거창한 문제가 아니다. 땅의 소유권을 두고 벌이는 부동산 분쟁이다. 서로간의 사랑이나 극적인 화해가 필요하지도 않다. 그저 '공정하고 적절한 이혼'에 합의하면 끝이다.
양측이 같은 땅에 똑같은 역사적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고 공간을 나누면 된다. 이를 가로막는 게 광신주의다. 나만 옳고, 타협을 싫어하며, 정의를 생명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생각이다. 타인을 억지로라도 변화시키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이타주의의 극단적 형태라고도 할 수 있다. 오사마 빈 라덴도 미국 제국주의자들을 물질주의로부터 구원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광신주의를 어느 종교보다도 오래된 인간의 '나쁜 유전자'라고 말한다. '비교광신주의학 전문가'를 자처하며 치유법을 제시한다. 그 첫째가 문학이다. 상상력을 주입해 광신주의 해독제 역할을 한다는 거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보자. 결말이 희극이건 비극이건, 광신자가 전보다 행복해지거나 만족하는 경우는 없다. 죽거나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둘째는 유머감각. 유머는 상대주의다.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생각하며 자기를 비웃는 능력도 유머의 중요한 요소다. 말다툼할 때, 불평할 때, 언제나 서로를 상상해야 한다. 자신이 100% 옳고 상대가 100% 틀렸다 해도 상대의 심정에서 생각해보는 일은 여전히 유익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작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비타협적 민족주의자들을 치료대상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광신주의에 대한 처방은 이념이니 민족 같은 문제를 놓고 극단적 갈등이 벌어지는 사회라면 어디에나 유효하다.
책에 실린 두 편의 에세이는 2002년 독일에서 한 강의를 정리한 것이다. 평화를 열망하는 작가의 메시지는 유머에 실려 선명하게 다가온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저의 '유머 알약'을 삼키도록 설득하며 '광신주의 백신'을 모두에게 처방해줄 수 있다면, 반드시 언젠가는 노벨문학상이 아니라 노벨의학상을 받을 자격을 갖출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만수 옮김. 144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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