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금융비리 명목 사무실 수색…오르테가 총장 "어둠은 영원하지 않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베네수엘라 정권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사법당국의 수장을 향해 사정의 칼날을 바짝 들이대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3일(현지시간) 루이사 오르테가 검찰총장의 금융비리를 찾기 위해 압수수색을 벌였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마누엘 갈린도 감사관은 이날 루이사 오르테가가 이끄는 검찰을 상대로 회계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오르테가 검찰총장은 이날 우파 야권이 장악한 국회가 최근 정부에 의해 강제 해임된 검찰 부총장을 재임명하기 위해 연 특별회의에 참석, "감사원 조사관들이 폭도처럼 사무실에 난입했다"면서 "조사관들이 존경을 표하는 한 감사에 협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어둠은 영원히 지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체로 퍼지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제도와 선거절차를 재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도 "현재 벌어지는 제도적 위기에 대한 보복"이라고 규정하고 "사전 통보 없이 청사에 진입한 것은 감사원의 권한 남용"이라고 반발했다.
오르테가 총장은 오는 4일 자신의 비리 행위 혐의를 소명하기 위한 법원 출석을 앞두고 있다.
야권은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정권에 정면 도전해온 오르테가 총장을 향한 '정치적 보복'이라며 비판했다.
오르테가 총장은 고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서 현 정권과 같은 좌파 성향이지만 지난 3월 말 대법원이 야권의 입법권을 대행하는 판결을 내리자 반대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했다.
그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자 마두로 대통령이 추진 중인 제헌의회 구성을 통한 개헌과 반정부 시위에 대한 정부의 강경 진압을 비판해왔다.
특히 제헌의회 구성절차가 인권과 민주주의를 침해했다고 비판하며 대법원에 제헌의회 구성 중단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부는 오르테가 총장이 반발의 목소리를 높여가자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대법원에 탄핵을 요구하는 청원을 제기했다.
친정부 성향의 대법원은 오르테가 총장의 면책특권을 박탈하고, 정권에 친화적인 인사인 타렉 윌리엄 사아브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게 검찰에만 주어진 특권인 범죄 수사권을 부여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또 마두로 정권을 비판해온 오르테가 총장에 대해 출국금지와 계좌동결을 명령했다.
오르테가 총장은 이에 맞서 경찰과 군이 반정부 시위자 853명의 부상과 23명의 사망에 대해 책임이 있다며 안토니오 베나비데스 토레스 전 국가수비대 사령관을 인권침해 혐의로 기소했다.
자신에 대한 정권의 압박이 고조되자 오르테가 총장은 지난 1일 미주인권위원회에 자신을 보호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지난 4월 이후 계속된 반정부 시위와 약탈 등 혼란이 가중되면서 89명이 숨졌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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