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반전은 없었고, 뾰족한 희망도 없었다.
회사에서 내몰린 가장이 호기롭게 연 호프집에는 파리만 날리고, 여고생 딸은 두 주먹 불끈 쥐고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성적은 오르지 않았다. "나 이렇게 멋지게 살아"라고 SNS에 근사하게 사진을 올리며 살아보고 싶었던 아내는 남편이 실직하자 언니가 운영하는 식당에 나가 양파를 까야 했다.
그래도 웃었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테니까"라고 믿으면서.
SBS TV 월요드라마 '초인가족'이 지난 3일 시청률 3.6%로 막을 내렸다.
"이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초인"이라는 1만% 공감 가는 콘셉트를 내세운 '초인가족'이 따뜻하고 정겨운 이야기들을 남기고 퇴장했다.
애초 요절복통 시트콤을 기대하고 모였다는 배우들은 제작진이 시트콤 대신 '초감성 미니드라마'로 방향을 틀어버리자 일제히 실망감을 드러냈지만, '초인가족'은 월요일 밤 3~5%의 시청률을 유지하면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스타 하나 등장하지 않지만 오늘을 사는 평범한 나와 내 이웃의 모습을 살갑게 포착해 웃음과 슬픔, 감동을 위트있게 전해줬다.
극의 70%의 비중을 차지한 박혁권은 명품 연기로 진가를 과시했다. 그는 매 장면 무릎을 치게 하는 세밀한 표정 연기를 보여줬고, 한밤 폭소를 유발하는 천연덕스러운 코믹 연기로 유쾌함을 안겨줬다.
박선영, 엄효섭 등 조연들도 자연스럽고 편안한 연기로 극을 훈훈하게 이끌었다.
드라마는 온갖 장애물과 위기가 도사리고 있지만 그래도 오늘을 살아내고, 내일도 살아낼 이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끝났다.
한편, 이날 밤 3사 월화극의 시청률은 KBS 2TV '쌈, 마이웨이' 12.6%, SBS TV '엽기적인 그녀' 8.5%-8.8%, MBC TV 6.6%-7.3%로 각각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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