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주노동자 몰아내는 태국…'인력 대란' 우려

입력 2017-07-04 10:42  

외국인 이주노동자 몰아내는 태국…'인력 대란' 우려

미얀마 등 이주노동자 3만명 귀국길…인근 국가엔 실업 재앙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동남아시아 제2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태국이 인신매매 근절을 이유로 외국인 이주노동자 불법 고용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자, 미얀마, 캄보디아 출신의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 수만 명이 짐을 싸 귀국 행렬에 올랐다.

건설 현장, 수산물 가공 등 분야는 물론 가정부 등으로 일해온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가 대거 빠져나가면서 '인력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이 불법 이주노동자 고용에 대한 벌금을 2배로 올린 새로운 '외국인 노동자법'을 발효한 지난달 23일 이후 지금까지 2만9천여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갔다.

폰차이 쿤티 이민청 부청장은 "(귀국한 근로자들의) 국적은 다양하지만, 미얀마인들이 가장 많다. 강화된 처벌을 두려워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개정된 법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를 불법으로 고용한 업주에게 물리는 벌금이 기존의 건당 40만바트(약 1천350만원)에서 80만바트(약 2천700만원)로 올랐다.

미등록 외국인(불법체류자), 유효한 '노동 허가서'(Work Permit)가 없는 내국인을 고용하거나, 내국인에게만 취업이 허용된 39개 업종에 외국인을 쓰는 행위, 이중 고용 행위 등이 처벌 대상이다.

또 이 법은 불법 취업한 외국인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도 최대 10만바트(약 330만원)의 벌금형과 최장 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강력한 법을 피해 본국으로 돌아가는 이주노동자가 크게 늘면서 저임금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활용해온 건설업과 수산업 등 일부 업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이는 인근 국가에 대규모 실업이라는 문제를 안길 수도 있다.

타닛 소랏 태국고용주연합회 회장은 "건설업과 수산업 분야 기업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이 분야는 태국인들이 꺼리는 일자리여서 인력부족 사태가 벌어지면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태국 정부는 개정법 적용 개시 시점을 120일 후로 정한데다, 본국으로 돌아간 외국인 노동자들이 다시 정식 절차를 밟아 재취업할 수 있는 만큼 인력부족 사태는 빚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태국에는 미얀마와 캄보디아 등 인근 국가에서 넘어온 이주노동자 300만 명 이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부분 수산물 가공 공장과 건설 현장 등에서 일하거나 가정부 등 태국인들이 꺼리는 저임금 노동에 종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유효한 노동 허가서를 갖고 있지 않은 불법 고용 상태이며, 이런 불안한 신분 때문에 인신매매조직에 팔려가거나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노예노동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이번 법 개정이 국제사회의 인신매매 근절 압박에 호응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수산업과 수산물 가공업 등에서 불법고용과 노예노동으로 비판을 받아온 태국은 미국 국무부가 매년 발표하는 인신매매보고서에서 2년째 최하위 등급 바로 위의 '감시대상 2등급'(2 Watch List)에 포함됐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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