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독일 원전업계가 약 30조원을 내고 원전 폐기물 매립 의무를 벗었다.
독일 정부와 4개 원전업체는 3일(현지시간) 업체가 총 235억 유로(약 30조7천억원)를 국가 핵폐기물 처리 기금에 지불하는 대신에 폐기물 저장 의무와 관련 비용을 면제받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공영 ARD 방송 등에 따르면, 이 계약으로 핵폐기물 저장 의무는 기업이 아니라 국가가 전적으로 떠맡고 그 비용도 이 기금의 원리금으로 충당하게 된다.
독일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참사 이후 에너지정책을 전면 전환, 2022년까지 원전 17기를 모두 폐쇄키로 했다. 이미 8기는 폐쇄됐고 9기는 단계적으로 폐쇄될 계획인 가운데 핵 폐기물 처리의 안정적 방안의 하나로 이번 계약이 이뤄졌다.
이 계약과 무관하게 원전의 원자로 폐로와 해체, 폐기물 포장 처리 책임과 비용은 여전히 기업 몫으로 남는다. 다만 방사성 폐기물의 임시 및 영구 저장 처리 책임과 비용만 국가로 넘어가는 것이다.
독일 정부는 원전 기업들로부터 받는 235억 유로를 투자 전문가들로 구성된 별도 운영기구에 맡겨 운용, 원리금을 늘리게 된다.
그러나 원전 폐로에서 폐기물 저장에 이르는 과정에 최소 수십 년이 걸리고 그 사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은 국가가 떠안는 것이어서 최종 비용이 얼마가 될 것인지와 235억 유로로 충분한지 등을 현재로썬 아무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고 시사주간지 슈피겔 등은 지적했다.
이와 관련, 공영 WDR 방송 에너지 전문가 위르겐 도슈너 기자는 국가가 큰 손해를 보고 에너지기업들이 큰 이득을 보는 '미친 계약'이라며 비판했다.
그는 핵폐기물 저장 처리는 최소 수십 년 걸리고 기술적·사회적으로 고난도의 초대규모 사업으로 불확실성과 위험을 계산하기 어려워 이들 업체 경영진과 주주들의 머리 위에 걸린 (언제 떨어질지 모를) '디모클레스의 칼'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또 업계는 비용이 235억 유로의 최소 3배 이상이 될 것으로 생각했던터라 엄청난 거액을 연리 4.58%의 할부 납부가 아닌 일시불로 지불키로 했으며, 계약이 체결되자 환호성을 지르고 이들 업체 주가는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슈너 기자는 정부는 235억 유로를 잘 운용하면 수십년 뒤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세우지만, 예상 연간 투자수익률 4.58%는 비현실적이며 오히려 마이너스금리 시대에 원금이 연 1억 유로씩 줄어들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기금 출연액은 원전을 가장 많이 가진 에온(E.ON)이 약 100억 유로(약 13조원)로 가장 많고, RWE는 68억 유로, EnBW는 48억 유로, (스웨덴 기업인) 바텐팔이 18억 유로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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