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보다 '소통'…황선홍·서정원 등 전진배치 효과
투표에서 신태용 '압도적 지지'…'허정무 대세론' 무력화
(서울·파주=연합뉴스) 이동칠 이영호 기자 = '40대 기술위원들의 선택은 소통에 강점을 가진 젊은 감각의 신태용이었다'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꿈을 이뤄줄 '구원 투수'로 신태용(47) 전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이 최종 낙점을 받았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위원장 김호곤)는 4일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울리 슈틸리케 전 축구대표팀 감독의 후임으로 신태용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맡겼다.
신태용 신임 감독은 대표팀 감독 후보로 거론되던 허정무(62)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와 정해성(59) 현 대표팀 수석코치, 김학범(57) 전 성남 감독 등 쟁쟁한 후보들을 따돌리고 A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신 감독은 이용수 전 기술위원장이 슈틸리케 전 감독과 동반 사퇴할 때만 해도 '허정무 대세론'에 눌려 있었다.
이용수 전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월드컵 최종예선을 치열하게 치른 경험이 있는 내국인 지도자"를 후임 대표팀 사령탑 자격조건으로 제시하면서 허정무 부총재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김호곤 축구협회 부회장이 새 기술위원장에 오르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김호곤 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대표팀 감독의 첫 번째 자질로 '소통'을 꼽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소신은 기술위원회 구성을 통해 구체화했다.
이용수 전 위원장 체제의 기술위원 10명 가운데 최영준(52) 전 부산 감독과 조긍연(56) 프로연맹 경기위원장, 하석주(49) 아주대 감독 등 3명만 유임시키고 5명을 수혈했다.
새롭게 선임된 기술위원 중 조영증(63) 프로연맹 심판위원장과 박경훈(56) 성남FC 감독 외에 황선홍(49) FC서울 감독과 서정원(47) 수원 삼성 감독, 김병지(47) 축구해설위원 등 3명은 40대로 채워졌다.
전체 기술위원 8명 가운데 40대는 절반인 4명이었다.
하석주, 황선홍, 서정원 감독과 김병지 등 40대 기술위원들은 대표팀 감독 선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대표팀 감독 후보로 거론됐던 5명을 대상으로 기술위원들이 2표씩을 던진 가운데 2명을 추린 결선에는 신태용 감독과 정해성 수석코치가 올랐고, 신 감독이 상당한 차이로 최종 선택을 받았다.
특히 직접 프로팀을 지휘하는 젊은 감독들은 현재 A대표팀 선수들의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새 사령탑이 '소통'에 강한 인물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팀에서 맹활약하던 손흥민(토트넘) 등이 대표팀에 와서는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감독의 소통 부족에 따른 것이라는 자체 분석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U-20 대표팀에서 젊은 선수들과 격의 없는 대화로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했던 신태용 감독은 '형님 리더십'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고, 결국 A대표팀까지 지휘하는 기회를 잡았다.
김호곤 위원장도 신태용 감독 선임 배경을 묻는 말에 "활발한 소통 능력을 갖추고 있어 단시간에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응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고 대답했다.
기술위원회에 참가한 한 기술위원도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회의에서 거론된 후보군은 모두 언론에도 나온 인물"이라며 "기술위원들은 나이가 많은 후보군에 부정적인 생각을 피력했다"라고 귀띔했다.
그는 "젊은 기술위원들은 시대의 흐름과 선수들과의 소통에 대한 중요성에 집중했다"라며 "현재 대표팀 선수들은 이전 선배들과는 전혀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젊은 기술위원들은 최근까지 U-20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었던 신태용 감독의 소통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은 월드컵 최종예선 두 경기는 슈틸리케호가 보여준 것과 달리 공격적으로 경기를 펼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라며 "리우 올림픽과 U-20 월드컵에서 공격 축구로 팬들을 사로잡았던 신태용 감독을 지지하는 젊은 기술위원들의 목소리가 컸다"고 덧붙였다.
신 감독이 자신의 강점인 소통을 앞세워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에 빨간불이 켜진 한국 축구를 위기에서 구해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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