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작가 15명 의견 모은 '거대한 후퇴'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모두 권위적이고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을 쏟아내는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이다. 이들은 세계화에 반기를 들고 '우리'와 '타자'를 나누고 있다. 이에 맞서 테러와 무력 충돌을 감행하는 세력도 늘어나고 있다.
신간 '거대한 후퇴'(살림 펴냄)는 최근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이런 현상을 '퇴행'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학자와 작가·언론인 15명의 의견을 모은 책이다. 편집자인 하인리히 가이젤베르거는 "사회 문명화 단계에서 특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때 우리는 거대한 후퇴의 전조 증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른바 '거대한 후퇴'를 막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 학자는 지그문트 바우만, 브뤼노 라투르, 슬라보이 지제크 등으로 국적과 전공 분야가 다양하다.
인도 출신의 문화인류학자인 아르준 아파두라이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 석좌교수는 포퓰리스트 지도자의 득세 과정과 특징을 분석한다.
아파두라이 석좌교수가 보기에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은 경제주권이 아닌 문화주권을 강조한다. 자본주의의 고삐가 풀린 탓에 세계 경제에서 국경은 의미가 없어졌다. 그래서 대안으로 틀어쥔 권력이 문화주권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는 유럽이 아니다"라고 말한 데는 유럽의 간섭을 회피하고 슬라브인 숭배 정서를 강화하려는 속셈이 숨어 있다.
여성과 외국인 혐오, 인종차별에 대한 생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실질적 목표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다. 아파두라이 석좌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 중에서도 백인 남성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일에만 주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이 이끄는 나라에서 민주주의의 약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은 편집광적인 권력 추구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싫어한다"며 "민주주의 약화는 자유와 심사숙고와 폭넓음이라는 요소를 폐기하겠다고 공약한 지도자가 당선되는 토대"라고 진단한다.
이러한 흐름을 되돌리려면 결국 포용과 관용, 자유와 평등에 기반을 둔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한편 '거대한 후퇴'를 바라보는 다양한 의견은 책뿐만 아니라 자체 홈페이지(www.thegreatregression.eu)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384쪽. 1만8천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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