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모든 학생 통합 산출' 입장 고수로 일부 학생 피해 불가피
(전주=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일반계 고등학교로 전환된 예술계 고교에서 내신성적 산출방식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학교가 교육부 지시를 어기고 관행에 따라 내신성적을 학과별로 분리해 산출해왔다가 제동이 걸리면서다.
교육부도 예술계 학교의 특성을 무시하고 통합 산출을 고집해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전통문화고 학부모들은 4일 전북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신성적을 분리 산출한다는 학교 측의 모집 요강을 믿고 자녀들을 입학시켰는데 올해부터 갑자기 통합 산출로 바꿔 일부 학생들이 큰 피해를 보게 됐다"고 밝혔다.
학부모들과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전통문화고는 특성화고교에서 2012년 일반고로 전환되면서 교육부로부터 전체 학생의 내신성적을 통합해 산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 학교는 그러나 이를 어기고 기존에 해왔던 방식대로 학과별로 내신성적을 분리 산출하는 방식을 고수해왔다.
매년 만드는 학교 홍보자료에도 분리 산출한다는 방침을 적시했다.
비록 일반고로 분류됐지만 과별 특성이 완전히 다르고 실제 학생도 과별로 분리 모집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실제 이 학교의 4개 학과 가운데 1~2개 학과는 실기 위주로 수업이 진행돼 통합 산출을 하면 이들 학생의 내신성적이 급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통문화고는 이 때문에 분리산출을 허용해줄 것을 여러 차례 교육부에 건의해왔다고 한다.
전북교육청도 예술계 고교는 분리산출이 합리적이라고 보고 교육부에 지침 변경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교육부는 지난 3월에 전국 시·도교육청 담당자 회의를 열어 '일반고의 모든 학생은 내신성적을 통합 산출하라'고 재차 지시했다.
교육부의 방침이 확고한 것을 확인한 전통문화고는 지난 4월 말 이를 수용하기로 하고 학부모에게 알렸다.
전통문화고와 비슷한 여건인 예술계열 고교는 전국적으로 29곳에 달한다.
학부모들은 "교육은 학생과 학교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모집 요강을 믿고 지원한 학생들이 왜 피해를 봐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들은 "교육부 지침을 시행하더라도 모집 요강을 믿고 입학한 현재의 재학생은 반드시 구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 지시를 어긴 학교에도 잘못이 있고 합리적인 성적 산출방식을 마련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는 교육부의 행태도 문제가 있다"면서 "하지만 무엇보다 학생들이 대입에서 피해를 보는 일은 일단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doin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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