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美와 연대해 외교적 해결 불씨살려야"…"美강경론 힘얻을 것"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김병규 특파원 = 북한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 일본 전문가들은 북한이 좀처럼 대화에 나서지 않으려는 미국을 협상에 끄집어 내려는 강수를 뒀다고 분석했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72)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먼저 북한이 발표한 ICBM과 다른 나라들이 생각하는 ICBM이 같은 것인지 면밀히 분석해봐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북한이 ICBM 발사에 성공한 것이라면 레드라인을 넘어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북한은 미국과 거래를 하고 싶어 했지만 미국은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협상을 하려는 생각이 없다는 태도를 보여왔다"며 "조만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있고 한미, 한미일,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테니 그에 앞서 경고 메시지를 보내 북미대화를 하려는 의도가 비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은 도발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한국, 미국과 협상을 하는데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런 차원에서 앞으로 또 다른 레드라인인 핵실험도 감행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북한의 의도대로 한국·미국과의 대화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라며 "오히려 바로 대화에 응하면 북한의 의도에 굴복했다는 인상이 있는 만큼 대화가 성사되기도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종원 와세다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북미간 물밑 접촉이 원활하지 못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강경노선을 이어감에 따라 북한이 ICBM으로 수위를 좀 더 높인 듯하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북한이 미국과 물밑 접촉을 하던 중 조건이 잘 맞지 않으니 대미 압박을 하려는 것"이라며 "금지선(레드라인)을 넘어서는 전주곡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아직은 정치적 고려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며 "외교적 노력을 완전히 포기한 상태는 아닐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한국으로선 어려움이 있겠지만, 군사적 체제를 강화하고 한미연대를 강화하는 동시에 외교적 해결의 불씨를 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문제를 어젠다로 중국과 긴밀하고도 전략적인 협의를 재개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며 "미국과 연대하면서 중국과도 협의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쿠조노 히데키(奧園秀樹) 시즈오카(靜岡) 현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도발행위를 중단하는 것을 전제로 북한과 대화를 하겠다고 말했다"며 "북한의 ICBM 발사는 그런 문재인 정권에 북한의 '힘'을 인정하고 대화에 나서라고 제안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오쿠조노 교수는 ICBM의 발사로 문 대통령이 대화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대북 강경책으로 나서는 것을 바라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도발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대화에 적극적일 수도 없다"며 "북한에 정중히 손을 내밀었는데, ICBM 발사라는 반응이 나온 것이니 미국 등 주변국들과 한국 내에서 커지는 우려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오쿠조노 교수는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어 미국이 어떤 대응을 할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ICBM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만큼 미국 내에서는 오토 웜비어씨 사망사건과 함께 대북 강경론이 힘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57) 도쿄대 한국학 연구센터장 역시 "북한이 미국에 위협을 느끼게 해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미야 센터장도 미국의 반응에 대해 "북한이 원하는대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이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가 가장 초점이 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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