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중부 아프리카 부룬디의 피에르 은쿠룬지자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점점 포악한 독재국가의 길을 가고 있다고 국제인권연맹(FIDH)이 지적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FIDH는 4일(현지시간) 보고서를 내고 "군대가 주도하는 경쟁 투치족에 대한 숙청, 야당과 언론에 대한 탄압, 그리고 대통령 임기 제한을 없애는 헌법 개정 시도는 점점 도를 더해가는 독재의 전조"라며 국제사회의 행동을 촉구했다고 AFP가 보도했다.
부룬디는 지난 2015년 4월 은쿠룬지자가 헌법에 반해 3선 도전을 선언하고서 정국이 혼란에 빠져 유엔 추산 최소 500명(인권단체 추산 1천 명)이 사망하고 40만 명 이상의 국민이 이웃 나라로 피신했다.
은쿠룬지자는 그해 7월 대선에서 부정선거 논란 속에 세 번째 대권을 거머쥐었다.
이번 보고서에서 FIDH와 협력 단체들은 지난 2년간의 정국 혼란 속에 집권여당이 어떻게 정적 탄압의 고삐를 조였는지 적시했다.
즉, 여당 국민회의-민주방위군(CNDD-FDD)은 부룬디 내 유일한 정당이 되어 당을 칭송하는 기념비가 세워지고 공립학교 입구에 당을 상징하는 깃발이 나부끼는 가운데 국민을 대상으로 반대파 제거를 종용하는 폭력적인 선전 내용도 방송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폭로했다.
보고서는 "부룬디 정권은 지난 2년간 거의 모든 야당 지도자와 야권 성향의 활동가들에게 재갈을 물리고 숙청을 단행했다"고 밝히고서 투치족 출신 군인들의 행방불명, 체포, 고문 및 피살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공개했다.
보고서는 또 국제사회가 개입하지 않으면 은쿠룬지자가 역사를 되돌려 후투족만으로 구성된 군대가 지배하는 독재정권을 이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후투족과 투치족 간 오랜 투쟁을 이어온 부룬디에 평화정착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며 지역 안정에도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보고서는 특히 집권여당의 극우 청년동맹 임보네라쿠레(Imbonerakure, '감시하는 자'라는 뜻)가 반대파 여성들을 강간하라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며 살인과 성폭력, 고문을 일삼는다고 비난했다.
FIDH는 그러면서 국제사회에 부룬디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해 행동할 것을 주문하고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조사에 착수할 것도 아울러 촉구했다.
FIDH는 또 아프리카연합(AU)과 유엔이 나서 정치적 대화를 이끌고 부룬디에 대한 무기금수 조치와 정부 관련자들에 대한 제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제사회의 결단력과 실행 능력 부족으로 은쿠룬지자는 그의 입지를 더욱 굳히고 헌법을 개정해 오는 2020년 대선에 또 나서려 한다"라고 개탄했다.
부룬디 정부는 그러나 폭력을 부추기는 캠페인을 벌인 적이 없다고 계속 부인하며 유엔의 인종학살 발생 가능성에 대한 최근 언급에 맹렬한 비난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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