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체인저' 출현에 옵션도 줄어…'본토' 위협, 유례없는 강경책 낳을수도
당분간 압박 일변도로 갈듯…대북 독자제재·對중국 압박 움직임 강화 전망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에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나서자 이를 '레드 라인'으로 설정했던 미국 정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선만은 넘지 말라는 마지막 경고를 눈앞에서 보란 듯 무시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그것도 독립기념일을 하루 앞둔 세계 최강국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이에 따라 미국이 어떤 대응 방식으로 북한을 응징할지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독립기념일로 휴일인 4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급해진 미국 정부의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강경해질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어 보이는 상황이다.
북한의 주장과 각국 정부의 실험 분석에 따르면 북한의 ICBM이 미 북서부 본토를 타격하는 가상의 시나리오가 이제 본격적인 현실로 다가온 만큼, 미국 입장에서는 다양한 옵션을 실험해가며 장기전을 펼칠 시간적 여유가 없어졌다.
미 정부 대북 전략의 두 갈래인 '압박과 관여' 중에서 이제는 관여보다는 강력한 압박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북한의 ICBM 발사 성공 선언은 지금까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해온 옵션들이 모두 실패로 끝났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앞으로 손에 쥔 '카드'가 몇 개 남지 않은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 셈이다. CNN을 비롯한 일부 미국 언론들도 전문가들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옵션이 거의 남지 않은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게다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인내는 끝났다"고 선언하며 모든 옵션을 열어놓았던 만큼, 북한의 ICBM이라는 '게임 체인저'의 출현을 계기로 지금까지 주저했던 강력한 옵션의 사용을 검토할 가능성이 커졌다.
우선 미국은 최근 서서히 시동을 걸기 시작한 대북 독자제재 움직임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최근 중국의 비협조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며 중국 단둥은행을 비롯한 중국 기관과 개인을 제재 명단에 올렸는데, 앞으로 이 같은 조처가 빈번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다만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 역시 독자제재 자체를 궁극적으로 추구한다기보다는 당분간은 중국을 압박하는 다목적 포석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에서 "아마도 중국이 북한을 더 압박해 이 난센스 같은 상황을 끝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과 '정상 거래'를 하는 제삼자를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을 내비치며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릴 공산도 커졌다.
미국 정부가 배제하지 않는다고 공언해온 '군사적 옵션'에 대한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열어놓을지도 주목된다.
미국이 북한을 지금 상태로 방치한다면 미 동부까지도 사정거리에 놓을 ICBM의 개발은 시간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인 만큼, 미 정치권과 정부 내에서 북한을 향한 '군사적 엄포'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 내에서도 "미 본토를 타격할 북한 ICBM을 막을 옵션이 거의 없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군사 옵션 사용 관측에 서서히 힘을 싣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이 자국의 영토, 그것도 '본토(homeland)'를 군사적으로 위협하는 적을 한 번도 그대로 방치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한반도가 순식간에 전쟁 위기에 휩싸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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