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연속 그린저지 주인공 vs 30회 구간 우승 영웅
넘어진 캐번디시는 어깨 골절로 기권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슬로바키아의 사이클 스타 피터 사간(27·보라-한스그로헤)이 2017 투르 드 프랑스에서 영국의 사이클 영웅 마크 캐번디시(32·다이멘션 데이터)를 밀쳤다가 실격 처분을 받았다.
사간은 5일(한국시간) 룩셈부르크 몽도르프레뱅에서 프랑스 비텔까지 207.5㎞를 달리는 4구간에서 결승선을 약 100m를 남기고 치열한 막판 스프린트를 펼치다가 캐번디시를 팔로 밀쳐 옆으로 넘어뜨렸다.
캐번디시는 자신의 오른쪽에 있던 철제 안전장벽으로 넘어지며 크게 다쳐 앰뷸런스에 실려 갔다.
소속팀 다이멘션 데이터는 캐번디시가 어깨 골절상을 당해 남은 레이스를 기권한다고 밝혔다.
투르 드 프랑스에서 30차례나 구간 우승을 차지한 캐번디시는 2014년에도 투르 드 프랑스 도중 쇄골 골절로 기권한 적이 있다.
사간은 투르 드 프랑스에 아예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
투르 드 프랑스의 심판장 필리프 마리엔은 "우리는 2017 투르 드 프랑스부터 피터 사간의 자격을 박탈하기로 했다. 그는 비텔에서 펼쳐진 마지막 스프린트에서 마크 캐번디시를 비롯한 여러 선수를 심각한 위험에 빠트렸다"고 발표했다.
AP 통신은 도핑 적발을 제외하면 투르 드 프랑스에서 실격 처분이 나오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보도했다.
2010년 호주의 마크 렌쇼가 스프린트 도중 팀 동료 캐번디시에게 '박치기'를 했다가 실격을 당한 적이 있다.
사간은 "이것은 스프린트다. 마크가 내 뒤쪽 오른편에서 달려오고 있는 것을 몰랐다"며 "마크는 아주 빠른 속도로 치고 나왔고 내가 왼쪽으로 비키는 등 반응할 시간이 없었다. 그는 내쪽으로 달려왔고, 펜스로 넘어졌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사간은 2012년부터 5년 연속으로 투르 드 프랑스의 최고 스프린터를 상징하는 '그린저지'를 독식한 스프린트의 왕자다. 그는 전날 3구간에서 우승하며 올해 활약을 예고한 상태였다.
사간은 이날 4구간에서도 프랑스의 아르노 데마르(FDJ)를 이어 2등을 차지해 대회 누적 순위로도 개인종합 2위로 뛰어 올랐지만, 실격으로 없던 일이 됐다.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사간은 4구간 경주가 끝난 직후 캐번디시 팀의 버스를 방문해 대화를 나눴다.
그러나 캐번디시는 여전히 사간이 공격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는 "피터가 경주 직후 나를 찾아와줘서 정말 고맙다. 나는 피터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가 나를 밀쳤다는 것에 혼란스럽다. 그와 이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간의 실격을 둘러싼 선수들의 반응은 분분하다.
독일의 스프린터인 안드레 그라이펠(로또수달)은 전날에도 사간이 중간 스프린트에서 자신을 공격해 화가 났었다면서 "두 번 연속은 너무 심하다. 그는 이제 더는 나의 친구가 아니다"라며 '절교'를 선언했다.
이에 대해 사간은 "그라이펠이 나에게 화 난 이유를 모르겠다. 그에게 물어봐야겠다"고 말했다.
반면 1986·1989·1990년 이 대회에서 우승한 미국의 사이클 전설 그레그 르몽드는 사간이 고의로 캐번디시를 밀친 게 아니었다며 "실격 처분은 가혹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르몽드는 "투르 드 프랑스는 활기를 주는 개성적인 선수를 잃었다. 이는 대회에도 손실"이라고 논평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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