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당직·혁신위 인선 가닥…친박 우려속 '관망' 분위기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이슬기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연일 당 내부 혁신을 기치로 한 강한 개혁 드라이브를 공언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5·9 대선' 참패 등 국민적 신뢰를 잃어버린 당의 재건을 위해 고질적 병폐인 계파 청산과 함께 강한 야당으로 거듭날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일차적으로 당직 인선과 당 기구 설치를 통한 '친정체제' 구축에 힘을 쏟는 분위기다. 홍 대표는 2011년 12월 당 대표 취임 5개월여만에 대표직에서 사퇴한 것은 자신을 뒷받침할 지도부가 부재했다는 인식을 강하게 갖고 있다.
일부 최고위원의 반발을 무릅쓰고 지명직 최고위원에 측근인 이종혁 전 최고위원을 인선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 사무총장에는 바른정당에 합류했다 복당한 홍문표 의원이 유력하다. 홍 대표는 대선 당시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바른정당 의원 13명의 복당을 허용했는데, 이들은 홍 대표 우군으로 분류된다.
대변인에는 강효상 전희경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전 의원은 대선 때도 홍 대표가 임명한 대변인이었다.
무엇보다 홍 대표의 혁신 드라이브를 뒷받침할 기구는 혁신위원회와 윤리위원회가 될 전망이다. 홍 대표는 주중 위원장 인선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홍 대표는 연말까지 253개 당협위원회에 대한 당무감사를 마쳐 당협위원장 재심사를 거치고, 공천 규정도 전면 개편해 내년 1월까지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할 생각이다. 젊고 혁신적인 신인 인사의 대거 등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계파와의 결별을 강조해온 홍 대표는 이런 차원에서 일부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에 대한 정리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강해 보인다.
그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혁신에는 반드시 구 세력들의 저항이 따른다"며 "보수우파 정당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에 처한 위급한 상황에서 일부 극소수 '구박'(구 박근혜)들이 저를 구박한다고 해서 쇄신과 혁신을 멈출 수는 없다"고 적었다.
또 "속도감 있는 당 운영을 할 수밖에 없다"며 "어려움이 있어도 단호하게 밀고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 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이 이날 개최한 최고위원과 중진의원 간 상견례를 겸한 연석회의에서 중진들 사이에선 홍 대표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당내 갈등 표출에 대한 우려감도 나왔다.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당 재건과 보수혁신을 위해 앞으로 큰 역할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고, 이주영 의원은 "사랑받는 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잘 이끌어주기를 부탁한다"고 기대했다.
김정훈 의원은 "갈등을 너무 심하게 노출시킨다든지, 싸운다든지 하지 않고 화합해서 잘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말했고, 이군현 의원도 "싸우는 것보다 화합하고 일치단결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친박도 일단 홍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며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로 여겨진다.
친박 좌장으로 통했던 최경환 의원은 연석회의에서 "'영라이트 운동'을 벌여 지지층을 젊은층으로 확대하는 노력을 기울여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친박계인 홍문표 의원도 "홍 대표와 최고위원이 당을 잘 이끌어줬으면 좋겠다.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협력을 다짐했다. 홍 의원은 지난 5월 홍 대표가 친박을 '바퀴벌레'에 비유하자 "낮술을 드셨냐"고 비판하는 등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정갑윤 의원은 "대표가 됐으면 품위있는 언어로 말해야 하고 남한테 상처주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홍 대표가 전날 부적격 장관 후보자 사퇴와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거부 등 한국당의 현재 대여 전략과 배치되는 언급한 여진은 이날도 이어졌다. 원내 전략 책임자인 정우택 원내대표가 한 라디오에 출연해 홍 대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노출한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국회의 원내전략은 제가 원내대표로서 하고 있다"며 "언론이나 국민에게 엇박자가 가는 말씀을 드리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홍 대표의 거친 표현이 종종 막말 논란을 빚은 데 대해 "당 지지도나 국민적 신뢰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의 시각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예전에 페이스북에 올리듯이 국민이 듣기에 거북스러운 말씀을 계속한다면 당은 굉장히 어려움에 있을 것", "혀로는 사람의 마음을 벨 수 있다"며 '기대반 우려반'이라고 표현했다.
홍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에 측근인 이종혁 전 의원을 임명한 것에 대해서도 "이 전 의원은 밖에서 볼 때 심복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어 다른 차원에서 인선했으면 좋았을 뻔하지 않았나 생각을 많이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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